새누리당이 '친박 공천'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끝내 지역구 공천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어제 서초을에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발탁했습니다.
강 교수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경제교육을 담당했던 인사입니다.
대구에서는 그동안 생사가 엇갈렸던 이한구, 주호영, 서상기 의원이 모두 공천을 받았습니다.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들입니다.
경북에서도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환, 장윤석, 정희수, 이한성, 강석호 의원 등 현역의원들이 공천을 확정했습니다.
말이 경선이지 친박계인 현역 의원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부산 수영구에서는 갑자기 국민참여경선 방식이 여론조사 방식으로 바뀌면서 친박계인 유재중 의원이 공천장을 받았습니다.
이명박의 사람으로 불리는 박형준 전 청와대 수석은 음모론을 제기하며 여론조사 방식에 아예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새누리당의 공천을 보면 친이계 의원 85명 가운데 35명이 공천을 받았고, 친박계는 65명 가운데 40명이 공천을 받았습니다.
굳이 생존율을 보자면 친이계는 44.7%, 친박계는 61.5%로 친박계가 더 높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모신 청와대 출신들도 권력 무상을 느꼈을 법합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청와대 출신들 가운데 정진석 전 정무수석과 박선규, 김희정 전 대변인, 정문헌 통일비서관만 공천을 받았습니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 박형준 전 정무수석, 박영준 전 비서관 등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과거 실세들은 줄줄이 낙마했습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공천이 친박계 챙기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 "이번 총선 과정에서 정치가 어느 개인이나 정당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말과 달리 당 안팎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례적으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공격했습니다.
정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정몽준 / 새누리당 의원(18일)
- "지금 공천은 총선이야 어떻게 되든 대선을 위해 자기(박근혜) 사람을 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공천은 친박 감싸기로 변질됐다."
정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선거에 질 경우 당은 존폐기로에 놓이는데, 당을 사유화한 박 위원장은 총선 결과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무한책임이라는 게 뭘 말하는 걸까요?
혹시 이번 총선에서 지면 대선후보에서도 사퇴하라는 뜻일까요?
대권후보로서 박 비대위원장과 경쟁 관계에 있었지만 그동안 발언을 절제했던 점을 고려하면, 정몽준 의원의 발언 수위는 상당히 높은 셈입니다.
또 다른 잠룡인 김문수 경기도 지사 역시 이번 공천을 놓고 박 비대위원장을 비난했습니다.
'공천이 도대체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박 위원장이) 총선을 물론 대선을 생각한다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공천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안철수, 문재인 같은 인물의 등장으로 박근혜 대세론은 이미 흔들렸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대권후보의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공천에 대한 불만 목소리가 높다는 것과 혹시 모를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박 위원장에게 돌림으로써 자신들의 대권가도를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일까요?
잠룡들 뿐 아니라 친이계와 이명박의 사람들도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는 듯합니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할 말은 많지만, 가슴에 묻고 가겠다. 그러나 당은 승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측근인 친이계 의원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상황에서 억장이 무너져 말문이 막히지만, 대통령과 당을 위해 참는다는 뜻일까요?
어쨌든 새누리당의 지역구 공천은 모두 끝났습니다.
이번 공천이 잘된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다시 웃고 우는 사람들이 나뉠 것입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친박계 인사들이 웃을까요?
아니면 잘못된 공천이었음을 주장해온 친이계와 비박 인사들이 드러나지 않게 미소를 머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