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보 등록이 오늘로 마감됩니다.
초미의 관심사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후보 등록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이정희 대표가 후보 등록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갑자기 관악을 후보 사퇴와 총선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꺼져가던 야권 연대를 되살리기 위한 결단으로 보입니다.
이정희 대표는 여론조사 조작 논란이 일었을때 왜 과감하게 이런 결단을 내리지 못했던 걸까요?
이정희 대표를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 대표가 개인적 욕심에 출마를 강행하려 했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바로 이정희 대표의 출마가 가져올 손실보다 사퇴가 가져올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정희 대표는 자신의 사퇴가 굉장히 쉬운 선택이지만, 자신의 사퇴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도 민주통합당의 경선 불복이 일어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 2010년 41살의 나이로 최연소 당대표가 됐습니다.
위기에 빠진 민주노동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해, 지금의 통합진보당을 만들기까지 그 공을 부인할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정희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출마를 포기하면 그를 지지하는 옛 민주노동당 주류 당원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통합진보당의 다수를 차지하는 옛 민주노동당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통합진보당 후보가 당선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당내 계파간 이해득실 때문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정희 대표를 앞세워 당권을 장악한 옛 민주노동당내 자주해방 계열이 대표의 사퇴를 말렸다는 겁니다.
바로 경기동부연합이라 불리는 계파입니다.
진보신당 박은지 대변인이 어제 뉴스 M과 가진 전화인터뷰 내용입니다.
▶ 인터뷰 : 박은지 / 진보신당 대변인(어제)
- "모든 세력이 도덕성에 관심이 없다고 보지는 않고요. 그 중에 일부세력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직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의 이런 복잡한 속내와는 달리 전체 야권 연대에 미치는 영향을 더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실제로 양당의 연대에 쩍쩍 금이 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습니다.
이정희 대표에게 패한 김희철 민주통합당 후보는 어젯밤 당을 탈당해 오늘 무소속으로 후보등록을 했습니다.
민주통합당쪽에서는 야권연대 경선에서 통합진보당 조성찬 후보에게 3표 차로 패했던 백혜련 변호사를 안산 단원갑에 공천했습니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다른 지역 유권자들에게 전화가 갔던 사실이 확인돼 재경선을 요구했지만, 통합진보당이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김유정 / 민주통합당 대변인
- "후보 단일화를 조건으로 경기 안산 단원갑 지역에 백혜련 후보를 공천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공천 불복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 인터뷰 : 우위영 / 통합진보당 대변인
- "백혜련 후보에 대한 공천을 강행한 것은 경선 불복이고, 명백한 민주주의 부정이며 야권연대 합의 정신을 어기는 도발입니다."
양당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이정희 대표가 출마를 강행했다면 야권연대가 바로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입니다.
두 지역의 야권연대가 깨지면 부산 경남을 비롯한 전체 지역에서도 선거판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사회 원로들이 어제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야권연대 복원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부산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도 어젯밤 급히 상경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함께 긴급 회동을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이정희 대표의 사퇴로 야권연대는 꺼져가던 불씨를 겨우 살린 듯 합니다.
이 대표가 사퇴하면서 백혜련 민주통합당 후보다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야권 단일후보 경선 결과에 반발하고 있는 다른 민주통합당 후보들의 주장도 설 자리가 없을 듯 보입니다.
그러나 야권연대는 이미 크게 상처를 입었고, 그 효과는 반감된 게 사실입니다.
제 밥그릇 챙기기와 이권 다툼처럼 비치는 탓에 민심이 많이 떠났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종인 비대위원이 사퇴하고,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무소속 출마를 속속 선언하는 악재가 터져 나오는데도 그냥 묻히고 있습니다.
위기가 있을 때마다 야권이 자충수를 두면서 새누리당을 도와준 셈이 됐습니다.
이명박 정권심판론보다는 야권 무능론이 더 힘을 얻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까지 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이런 야권 균열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 "여러 잘못된 일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이정희 대표의 사퇴와 야권 연대 복원은 야권에게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기회를 야권은 되살릴 수 있을까요?
시간은 2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향해 묵묵히 흐르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