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어제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세 번째 소환 통보를 했습니다.
어제 전까지만 해도 검찰은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검찰은 한 번 더 소환장을 보냈습니다.
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겠지만, 강제 구인을 위한 명분 쌓기 목적이 더 강한 듯합니다.
'삼세판'이라는 말이 있듯 세 번이라는 숫자는 우리 사회에서 할 만큼 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마저도 거부한다면 검찰은 강제구인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이 최후통첩'이라고 아예 못을 박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여론 역시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불리하게 바뀌는 것을 고려했을 수도 있습니다.
검찰이 노린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검찰 몫으로 추천된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강제수사로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처리 문제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김병화 후보자에 대한 키는 민주통합당이 쥐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강제수사에 따른 부담을 국회로 넘긴 것도 작용했을 법합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세 번째 소환통보에 불응하면 검찰은 강제구인을 법원에 요청하고, 법원은 국회로 체포동의요구서를 보냅니다.
결국, 국회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가결할지, 부결시킬지 결정해야 할 처지에 놓입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처럼 부결된다면, 그 비난은 검찰이 아닌 국회가 질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로서는 국회가 체포동의안 처리를 안 해줘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될 일입니다.
결국, 급한 것은 박지원 원내대표이지, 검찰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민주통합당의 속내는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처음부터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상득 전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의 저축은행 수사에 대한 물타기용 정치수사라고 반발했습니다.
또 '죄가 있다면 바로 기소를 해라. 법원에서 무죄를 증명하겠다'고 검찰을 압박했습니다.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종걸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근데 아직 뭘 또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검찰의 어처구니 없는 수사는 아직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야당의 원내대표를 소환까지 한다는 마당에 증거도 없이 단순한 진술자 몇 개의 사실만 가지고 이렇게 늦게 압색 하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다."
민주통합당은 검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8월 임시국회를 준비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것도 7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바로 다음날인 8월4일 토요일에 말입니다.
민주통합당이 8월 임시국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와 내곡동 사저 특검, 내년 예산안 결산 심사,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등등입니다.
이해찬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해찬 / 민주통합당 대표
- "진정성 가지고 민간인 사찰 특별위 빨리 구성해서 가동하고 내곡동 사저 특별법 빨리 만들어서 합의사항들 성실하게 서로 이행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이해찬 대표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보호를 떠나 할 일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꼭 7월 임시국회가 끝난 다음 날, 그것도 의원들이 대부분 지역구에 내려가는 토요일에 임시국회를 열어야 할까요?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과정에서 보았듯 현역 국회의원은 국회 회기 중에는 불체포 특권을 갖습니다.
물론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체포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8월 임시국회가 토요일에 열리면, 9월에는 정기국회가 또 열리는 만큼 박지원 원내대표는 연말까지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12월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승리한다면, 검찰이 승리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를 소환해 조사한다는 것은 더더욱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통합당은 이런 것까지 다 계산했을까요?
새누리당은 토요일 임시국회 개최는 불가능하다고 분명한 반대 관점을 밝혔습니다.
박지원 원내대표를 위한 방탄국회 의도가 분명하다는 겁니다.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의 논평입니다.
▶ 인터뷰 : 홍일표 /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
- "얼마나 물샐틈없는 방탄을 하고자 하였으면 국회가 열리지도 않는 토·일요일까지 소집하자고 하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한치의 오찬도 없는 방탄, 물샐틈없는 방탄을 위해 방탄 막을 치면 칠수록 국민에게 멀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7월 임시국회 시한이 남아 있으니, 시급한 현안은 그 안에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민생현안 처리를 위해서는 8월 임시국회를 열 수도 있다는 견해입니다.
그러나 당장 토요일에 열 정도로 급하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내년 예산안 결산도 8월 말에 해도 충분하다고도 합니다.
새누리당은 아울러 박지원 원내대표의 법사위원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법사위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권재진 장관에게 자신에 대한 수사를 따져 물은 것을 문제 삼은 겁니다.
당시 박지원 원내대표의 말과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 "(보해저축은행에서) 혼자 와서 왜 증자 안하느냐 했더니, 곧 하고 꼭 갚겠다. 만약의 경우 있더라도 5천만 원 이상 갚겠다. 보해는 부산저축은행과 달리…"
▶ 인터뷰 : 권성동 / 새누리당 의원
- "국회의원은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있는 경우 사안에 한해 검사 감사 조사 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원 자격을 악용해 수사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박지원 원내대표와 8월 임시국회를 주장하는 민주당 편일까요?
아니면 새누리당과 검찰의 손을 들어줄까요?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빨리 박지원 원내대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박 원내대표로서는 달갑지 않을 듯싶습니다.
돈을 받았다면 목포 역전에서 할복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돈을 받지 않았다면 당당하게 검찰 조사를 받고 무죄를 입증하면 된다는 겁니다.
민주통합당이 걱정하는 것은 이 문제가 자칫 대선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