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은 고사하고, 제대로 경선을 잘 마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어제 충북 경선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4연승을 달렸습니다.
누적집계에서도 52.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인 손학규 후보와 두 배 이상 격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충북 지역에서 대반전을 기대했던 손학규 후보로서는 문재인 대세론 앞에서 손을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제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문재인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8월30일)
- "경선 결과를 조직력이나 동원력이 아니라 역시 민심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경선의 주인도 국민입니다. 국민 지지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국민에게 더 다가가고, 국민 신뢰받는 정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문 후보의 기쁨과 달리 어제 충북 청주 실내체육관의 분위기는 썰렁했습니다.
절반 이상이 빈자리였습니다.
태풍의 영향도 있었지만, 문재인 대세론으로 흥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 3만 명이 이미 투표를 마쳤고, 후보자들은 현장투표자 수백 명 앞에서 지지 연설을 하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손학규 후보가 연설회장에서 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손학규 /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8월30일)
- "불과 450명 되는 대의원을 놓고 이렇게 공약하고, 호소하고, 열변을 토하고 이거 웃기는 경선 아녀요? 그렇지만, 어떡합니까? 이렇게 돼 있으니 어떡합니까? 그저 여기 계신 대의원 여러분만이라도 이 충정을 받아주시고 올바른 길을, 정의의 길을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라도 열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왠지 민주통합당 경선이 꼬일 대로 꼬인 듯합니다.
삐걱거리는 경선이 끝까지 갈 수 있을까요?
그러나 흥행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결선투표 가능성입니다.
현재 문재인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50%를 넘고 있지만, 경선이 거듭할 수록 득표율은 제주 59%, 울산 57%, 강원 55%, 충북 52%로 점차 하락하고 있습니다.
1차 순회경선에서 끝내려는 문재인 캠프의 전략에도 빨간 불이 켜진 셈입니다.
결선투표까지 가는 것은 문재인 후보로서는 내키지 않겠지만, 민주통합당으로서는 경선 흥행을 가져올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점에서 나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민주통합당은 '감동 없는 문재인 대세론'으로 식어버린 경선 열기를 다시 데우는 일이 급해졌습니다.
경선 열기가 식으면 식을수록, 안철수 원장의 대안론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겠죠.
반대로 안철수 원장의 대안론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민주통합당 경선 열기는 식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젠가는 함께 가야 할 두 진영이 지금은 서로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묘한 상관관계입니다.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문성근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성근 / 민주통합당 상임고무
- "안철수 교수 영향이 아무래도 크죠. 정말 최종적으로 단일화될 것인지 여부, 그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신 거죠. 저희는 늘 말씀 드리는 게 단일화는 역사적인 당위다, 국민적 요구이기 때문에 그거 걱정하실 필요는 없는 거고. 어떠한 형태든 단일 후보가 만들어질 텐데 문제는 단일 후보가 만들어졌을 때 후보들을 각자 지지하는 지지 국민이 계실 거 아닙니까? 그 지지하는 분들까지 어떻게 통합을 이뤄낼 것이냐? 이게 더 중요한 부분이다, 라고 늘 강조 드리는 거고, 단일화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고 일단 민주 통합당 대선 선거인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는 것이 정권교체나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안철수 원장 쪽의 움직임은 분주해졌습니다.
민주통합당 경선 흥행이 부진해지면서, 안철수 원장이 조기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 원장 쪽은 조기 등판론에 부담스러워하는 듯합니다.
민주통합당 경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출마선언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겁니다.
안철수 원장이 출마선언을 하는 순간, 민주통합당 경선은 그야말로 김빠진 맥주처럼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하더라도 결선 투표가 끝나고 나서 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출마선언은 그때 하더라도, 후보 단일화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식은 이미 논의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정치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단일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인 듯합니다.
하나는 문재인 후보가 말한 공동 정부론입니다.
한쪽이 대통령을 맡고, 한쪽이 총리를 맡는 모양새입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식의 후보 단일화보다는 1997년 김대중 후보와 김종필 후보가 맺은 DJP연합에 가깝습니다.
단일후보가 된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기꺼이 양보한 사람이 총리를 나눠 맡는 식입니다.
현실적으로 안 원장이 신당을 창당해 권력을 독점할 수 없다면, 또 민주통합당의 지지 없이는 안 원장 역시 대선 승리를 할 수 없다면, 이런 식의 권력분점은 양측 모두에게 절실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누가 대통령을 맡아야 하고, 누가 총리를 맡아야 할까요?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방식은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 식입니다.
안철수 원장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민주통합당 후보에 몰아주고, 자신은 사회의 덕망 있는 인사로 남는 것입니다.
안철수 원장과 가까운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이 뉴스 M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송호창 / 민주통합당 의원
-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는)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되겠죠. 그리고 그때 당시도 사실은 그때 작년 서울 시장 선거 같은 경우에도 저희가 우리 역사상 처음 경험해보는 당내에 정당 바깥에 있는 후보가 정당 후보와 단일화하는 이런 경험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비슷한 정당과 정당 바깥에 있는 후보의 단일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당연히 참고가 될 거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서울시 선거 당시에 선거라고 하는 것과 대통령 선거는 또 규모나 내용에 대해서 달라서 또 다른 차이점이 있겠죠."
물론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가 선출됐는데도 지지율이 약세를 보이면 안 원장이 독자세력으로 대선에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금 치러지는 민주통합당 경선에 달렸습니다.
문재인 대세론이 생각보다 거세지 않으면 안철수 원장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고민의 끝은 지금 알 수 없을 듯싶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