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어제 전방 최전선을 찾아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박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후보
- "이런 역사적 현장에 와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이 희생해서 이 땅을 지켰는가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보수층이 원하는 '안보'를 챙긴 걸까요?
그런데 그다음 행보가 파격적입니다.
박 후보는 돌아오는 길에 화천에 있는 소설가 이외수 씨 집을 방문했습니다.
이 씨는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에 대해 좋은 얘기를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외수 / 소설가
- "굉장히 힘드셨을 텐데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부정적으로, 공격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트위터상에서 봤지만, 어떤 말을 해도 욕하는 사람들입니다. 저와 견해도 다르고 신경 안 쓸 생각입니다."
이외수 씨는 150만 명의 트위터 팔로어가 있어 '트윗 대통령'으로 불립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지난 총선에서는 정동영 민주통합당 전 의원의 후원회장까지 맡았습니다.
「그런 이외수 씨가 박 후보에게 박수를 보내고, 악성 답글에 신경 쓰지 말라고 위로를 보냈습니다.
박 후보에게 취약한 SNS 인터넷 이용자들과 무당파 유권자들에게 효과가 있을까요?」
박 후보는 어제 유승민 의원의 상가를 찾아 선대위 부위원장직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 한때 박 후보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김무성 전 의원에게 요직을 맡기고,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을 이끄는 남경필 의원에게도 중책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캠프가 친박 일색이라는 비판을 넘어서려는 통합 행보일까요?」
박 후보가 전방 최전선을 찾은 그 시각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전직 통일부 장관들과 함께 도라산 역을 찾았습니다.
남북관계 복원과 평화를 외쳤습니다.
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
- "저의 대북정책은 평화가 곧 경제다는 관점에서 출발합니다. 남북 경제 연합은 남북 먼저 경제 공동체 이루고 경제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도라산 역을 방문한 것은 여러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햇볕 정책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야권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안철수 후보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안 후보는 경제는 진보적이지만, 안보는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그런 안 후보와 가장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이 어쩌면 남북관계일지 모르겠습니다.
문 후보는 오후에 민주당 의원 워크숍을 찾아 소속 의원 128명 모두에게 선거대책위원회 역할을 맡기겠다고 말했습니다.
대선 후보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선대위가 아니라 수평적 네트워크 선대위를 꾸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정당의 책임 정치가 강화돼야 한다'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
- "변화의 믿음과 함께 우리만이 현실 정치 속에서 실현 가능하고 반증적인 변화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드려야 합니다. 그 길만이 우리가 이기는 길입니다."
「 '정당 기반', '현실 정치'라는 말은 혹 안철수 후보를 겨냥한 말일까요?」
안철수 후보도 이쯤 되면 가만히 있을 수 없겠죠.
안철수 후보는 어제 한 행사에서 대선 완주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대선 후보
- "제가 지난주 수요일에 강을 건넜고요.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습니다."
다리를 불살랐으니 돌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그냥 앞으로 가는 수밖에요.
물론 이 말이 후보 단일화를 거부한다는 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안 후보 쪽 유민영 대변인은 대선 출마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지, 단일화 문제와 연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하지만,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내심 신경이 거슬리는 말임이 분명합니다.
호락호락 후보직을 양보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들리니까요.
문재인 후보가 정당 정치로 안 후보의 약점을 건드렸다면, 안 후보는 문 후보의 '보편적 복지' 정책을 건드렸습니다.
안 후보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
- "국민이 낸 세금을 다시 국민에게 쓰는 게 복지라면 정말 정교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복지 위해서 어느 정도 세금이 필요하고 그 부분이 어디에 쓰일 수 있는지도 세심하게 계획 세워주십사 부탁합니다. 복지와 재정 조세가 통합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하는, 복지분야만 따로 하겠다는 게 아니라 재정 조세까지 함께 필요하고…"
「너무나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보편적 복지'를 통해 박근혜 후보와 차별화에 나선 문재인 후보로서는 듣기 불편할 것 같기도 합니다.」
안 후보는 오늘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할 예정입니다.
이 역시 자연스러운 행보지만, 문 후보로서는 경계할 법합니다.
대선이 다가오니, 세 주자의 행보 하나하나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자꾸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어떤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일지도 모르지만, 세 후보가 보이든, 보이지 않든 치열한 수 싸움에 들어간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자신들의 지지층을 공고히 하면서 동시에 다른 주자들의 지지층을 흔드는 정교한 수 싸움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 (월~금, 오후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