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도 있지만, 걱정 어린 시선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박근혜 당선인이 유튜브를 통해 국민에게 전한 설 인사말부터 들어볼까요?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 당선인
- "과거 국가중심의 국정운영을 과감하게 바꿔서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국정운영을 펼쳐가려고 합니다. 새 정부가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성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 당선인은 새로운 국정운영을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그 진정성이 국민 개개인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지지율만 보더라도 1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급기야 50% 밑으로 빠지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한국갤럽이 설 직전인 4일부터 7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 조사에서 박 당선인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8%에 그쳤습니다.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9%였고, 의견 유보는 17%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2008년 2월
50%대 지지를 받던 것과 비교해도 박 당선인의 지지율은 이례적으로 낮습니다.
왜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대선 과정에서 너무나 팽팽했던 대립구도를 이유로 꼽기도 합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아직 박 당선인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그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설령 문재인 지지자들이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더라도,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했던 51.6%의 사람들은 적어도 지지를 보냈어야 하는데 지금의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후유증으로만 말하기에는 뭔가 다른 요인도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박 당선인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인수위 인사와 김용준 총리 후보자 논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인사 실패에다 국민 소통 부족이라는 이미지만 자꾸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누리당 내에서 조차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설 민심을 들어볼까요?
서울 양천을의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박 당선인이 신중한 것은 좋은데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부산 해운대 기장을의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박 당선인 공약에 대해 국민을 상대로 차근차근 설명해야 불안하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은 당 지도부도 마찬가지입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2월6일)
-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기간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려면 신뢰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국민이 우리를 믿지 않으시고 새누리당이 국민 앞에 믿을만한 기반을 쌓지 못한다면 오늘날 지지와 일을 맡긴 모든 게 물거품 될 겁니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전하는 설 민심은 이보다 더 심각합니다.
▶ 인터뷰 : 서영교 / 민주통합당 의원(2월12일)
- "서영교 의원 당신도 여성이니 당선인 잘되도록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이 박근혜 당선인 약속 안 지킨다고 합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비판도 있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 여론조사 나왔습니다.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기초노령연금과 4대 중증 질환과 관련한 공약 수정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전하는 의원들도 많았습니다.
민주통합당은 벌써 이를 정치 쟁점화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박기춘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기춘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2월12일)
- "대통령직 인수위가 4대 중증질환에서 3대 비급여는 포함 안 된다고 했습니다. 벌써 국민과의 약속 안 하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당선인도 3차 TV 토론에서 100%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 경로당을 방문할 때도 거듭 말했습니다. 명확한 견해를 밝힐 때 입니다. 거짓말의 정치는 MB 5년으로 충분합니다."
박 당선인 지지율이 50%가 무너졌지만, 앞으로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서는 긍정 전망이 많습니다.
갤럽조사에서 박 당선인이 앞으로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71%에 달했습니다.
시간을 갖고 좀 더 지켜보자는 얘기입니다.
일자리, 전세금 등 민생에서부터 북핵과 정치개혁 문제까지 당선인이 직면한 현안이 많습니다.
특히 정홍원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 그리고 청와대 비서진 인사와 청문회는 박 당선인이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입니다.
국민의 신망을 받지 못하고 또 낙마하는 사람들이 나온다면 박근혜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은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 탓을 한다거나, 국민이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할 상황도 아닌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렇게 남 탓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