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순방 중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했다는 전대미문의 사건인지라 온 나라가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했습니다.
당사자가 경질되고, 홍보수석이 사의 표명을 하고, 비서실장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사과했지만,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며칠째 우리가 그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은 그날 상황을 둘러싸고, 윤 씨와 청와대, 또 목격자들의 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윤 씨가 지난 주말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주장과 상반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 사태는 끝도 없는 진실공방으로 접어드는 듯 보였습니다.
차라리 윤 씨가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온 나라가 시끄럽지는 않았을까요?
어쨌든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져야 사태가 수그러들 것 같습니다.
먼저 그날 워싱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간대별로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보시죠.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의 재구성>
7일 21:40~24:00
워싱턴 W호텔 지하바
"허락없이 피해 여성의 엉덩이 움켜쥐어"
윤창중 전 대변인
"허리만 툭 쳤을 뿐"
00:00~00:10
"지하 바에서 두시 간 와인 마신 후 로비로 이동해 둘이서만 한잔 더"
윤창중 전 대변인
"30분 술마시고 호텔로 돌아와 취침"
00:30~02:00
페어팩스 호텔
"청와대 임시행정실에서 술 마셔"
윤창중 전 대변인
"새벽 1시쯤 깨 직원들과 술 마셔"
04:00~05:00
"술에 취해 호텔로 들어오는 것 목격"
"새벽 사이 피해 여성에게 4~5차례 전화"
05:00~06:00
"알몸 상태로 피해 여성 불러"
윤창중 전 대변인
"문 밖에 있는 여성 인턴 호통쳐 보내"
07:00
"문화원 직원과 피해 여성, 경찰에 전화 신고"
07:30
"문화원 관계자, 청와대 행정관 등 피해여성 접촉 시도"
"윤창중 전 대변인 피해 여성 접촉 시도"
08:00
"경찰 출동해 피해여성 조사"
사건이 발생한 호텔바와 복도에는 CCTV가 있으니 서로 엇갈리는 주장의 진위는 금방 드러날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살펴봐야 할 대목은 크게 윤 씨의 성추행이 사실인지 여부와 청와대가 윤 씨의 귀국에 관여했는지 여부입니다.
윤씨의 성추행 여부는 현재 미 경찰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미 경찰은 '경범죄 신고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동아일보가 '중범죄' 수준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미 경찰은 잘못된 보도라고 부인했습니다.
그럼 여기서 매일경제 이진우 워싱턴 특파원 연결해 미 경찰의 수사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이진우 매일경제 특파원>
1. 미 경찰 대변인 얘기를 들어보니까, 현재 수사하고 있는 게 '경범죄 신고'라고 하는데요.
2. 강간미수와 같은 중범죄는 아니라는 뜻인가요?
3. 상황에 따라서는 중범죄로 바뀔 가능성도 있나요?
4. 수사 결과는 언제쯤 나올 것 같습니까?
5. 현재 미시 USA와 동포 사회에서는 이런 저런 소문들이 많이 돌고 있다는데, 어떤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까?
6. 사건 직후 피해 여성이 성추행 사실을 한국문화원 관계자에게 얘기했는데, 이를 묵살하고무마하려 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윤 씨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미 경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CCTV가 있으니 진위를 가리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윤 씨가 미국으로 건너가 조사를 받는다면 더 빨리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말입니다.
두 번째 쟁점인 청와대가 윤 씨 귀국을 방조하거나 종용했는가입니다.
윤 씨는 청와대 지시로 귀국했다고 하고 있고, 청와대는 윤 씨가 자발적으로 귀국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원이 비행기 예약을 하고, 공항까지 가는 차량을 제공했다고 하니 어쨌든 윤 씨가 독자적으로 귀국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감사원이 서둘러 조사하면 밝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사 결과 윤 씨 귀국에 관여한 사람이 있고, 또 그 사람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절차가 조속히 진행된다면, 윤창중 사태는 빠르게 수습될 수 있습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 앞에 놓여 있는 난제들은 한두 개가 아닙니다.
당장 개성공단 정상화와 남북 긴장 해소를 서둘러 풀어내야 합니다.
엔저와 한반도 리스크에 따른 경제 파고도 넘어야 합니다.
윤창중 사태에 발목이 잡혀 국정 차질을 빚을 여유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윤 씨 사건을 무작정 덮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밝힐 건 빨리 밝히고, 정비할 것은 정비하고, 빨리 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