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 실천 북측위원회는 어제 우리 쪽에 팩스를 보내 '북남 관계를 원상회복하고 자주 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는 유일한 출로는 6·15 공동선언 이행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6·15선언은 2000년 김대중-김정일 남북정상회담의 산물로 남북 화해와 공동번영을 핵심으로 합니다.
지난 2008년까지 매년 금강산에서 행사를 했지만, 그 해 금강산 박왕자 씨 피격사건 이후 중단됐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북한이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요?
특히 오늘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방북하겠다고 한 날이기도 합니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을 하자는 우리 측 제안은 거절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6·15 행사는 같이하자고 제안한 의도가 뭘까요?
우리 정부의 불허 방침으로 방북이 무산됐다는걸 극대화하려는 의도일까요?
북한의 이런 일련의 행동이 북한 특유의 양면 전술이고,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어제는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특사로 중국으로 갔습니다.
▶ 인터뷰 : 북한 조선중앙방송 보도
-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조선인민군 차수 최룡해 동지가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려고 22일 특별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했습니다."
최룡해는 지난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때 전 세계에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정은을 소개한 인물입니다.
▶ 인터뷰 : 최룡해 / 인민군 총정치국장 (지난해 4월 15일)
- "김정은 동지께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탄생 100돌 경축 열병식을 축하하여 연설하시겠습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성골 중의 성골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김정은 체제의 양대 권력 축으로 평가됩니다.
▶ 인터뷰 : 박정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최룡해는 군부 인사이지만, 혁명혈통이고 비군부 출신이기 때문에, 지금 북한의 수세적인 입장을 유연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사로 파견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최룡해가 군복을 입고 비행기에 올라 군복을 입고 베이징에 내렸다는 겁니다.
군 총정치국장이지만,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기도 하기 때문에 굳이 외교 무대에서 군복을 입고 나타날 이유가 없습니다.
왜 군복을 입고 특사자격으로 갔을까요?
지금 북한은 군부가 지배하고 있고, 최근 계속된 위기 조장은 우리와 미국의 군사훈련에 맞선 북한군의 자위적 차원이었다는 것을 애써 드러내려 했던 걸까요?
또 북한 핵 포기를 주장하고 중국에 대해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 군부의 강경한 태도를 대변하기 위해서였을까요?
홍현익 박사의 설명입니다.
▶ 인터뷰 :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 "핵과 경제발전 병진 노선에 대해 설명하고 김정은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최룡해를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최룡해가 군복을 입고 베이징에 간 날, 박근혜 대통령은 군복을 입고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에 올랐습니다.
대당 185억 원에 달하는 수리온은 우리 군이 독자 개발한 헬기로 어제부터 실전 배치됐습니다.
조종사복을 입고 헬기에 오른 박 대통령의 모습은 북한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듯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 "최근에도 북한은 우리의 대화 제의를 거절하고 유도탄을 발사하면서 도발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다시 한번 북한의 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조성하는 위기에 대해서는 어떤 양보나 지원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
군복을 입은 박 대통령과 군복을 입은 최룡해.
겉모습만 보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더 고조될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한반도 정세가 긴장에서 대화국면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최룡해가 군복을 입은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중국에 전할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해 보입니다.
다음 달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에 보낼 메시지를 중국을 통해 전달하고, 또 최근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우리와 미국, 중국의 삼각 동맹을 흔들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최룡해의 특사 방문을 미국과 우리에게 사전에 알렸습니다.
북한의 의도가 그대로 먹히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북중 관계가 복원되는 것이 우리로서는 썩 달가울 리 없겠지만, 북한이 중국의 말을 듣는다면 우리에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미 한·미·중 세 나라는 북한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대원칙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룡해를 통해 김정은의 생각이 중국에 전달되고, 다음 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에서 의견이 교환된다면 한반도 위기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개성공단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북측이 제안한 6.15 남북 공동행사 개최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