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방중은 성공적이었을까요?
최룡해는 김정은 집권 이후 첫 중국 특사였지만, 그다지 중국에서 환대받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이 영상을 잠깐 보시죠.
최룡해가 시진핑 주석을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는 모습인데요.
시진핑 주석이 친서를 한 손으로 받자마자 옆의 비서에게 주는 장면입니다.
표정도 무뚝뚝하지 않나요?
반면 지난 1월 박근혜 당시 당선인의 특사로 간 김무성 의원을 만났을 때 모습입니다.
일일이 특사단과 악수를 하고, 박 당선인의 친서를 두 손으로 받아 내용을 잠깐 본 뒤 옆의 관계자에게 줬습니다.
그 자리에서 비서에게 친서 내용을 직접 낭독하도록 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사소한 것에 천착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남북 특사를 대하는 시진핑의 모습은 어딘가 분명히 '구별 짓기'를 한 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시진핑은 왜 김정은의 특사에게 구별 짓기를 한 것일까요?
북한 매체들은 시진핑 주석이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을 지지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
- "중국 당과 정부는 조선 당과 정부와 함께 친선적인 교류와 협조를 확대하기 바란다고 그(시진핑 주석)는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진핑이 핵개발과 경제발전이라는 김정은의 병행전략 지지했다는 말은 한마디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시진핑이 김정은의 특사를 멀리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 역시 경제발전은 지지하지만, 핵개발과 핵보유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아닐까요?
이는 중국의 발표문에도 드러납니다.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지 관련 국가들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굳건하게 유지해야 한다'
시진핑으로부터 이 말을 들은 최룡해는 무거운 발길로 평양행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유일한 혈맹 국가인 중국으로부터도 핵보유에 대한 지지를 받지 못해서일까요?
대뜸 화살을 우리에게 돌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괴뢰 대통령' '망발' '요사스러운 언행' '악담질' 같은 원색적인 용어로 비난했습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일까요?
잠깐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북한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담화
- "박근혜는 최고 존엄을 거론하며 병진노선이 성공할 수 없다는 무엄한 망발을 했다. 모하기 짝이 없는 망발이며 극악한 대결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유신 독재자가 무엇 때문에 총격을 당하여 비명횡사하였는지 돌이켜보라"
북한은 과거 박 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남조선 집권자' '청와대 안방주인' '박근혜 정권'이라는 표현은 썼지만 이처럼 원색적으로 비난한 적은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북한이 박 대통령을 실명 비난한 것은 지난 23일 박 대통령이 미국 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일행을 접견하면서 김정은의 이름을 처음 거론하면서 비판했던 게 발단이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5월23일)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몇 달간 계속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박을 했고, 경제발전과 핵개발을 동시에 병행시키겠다는 새로운 도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너희가 우리 지도자를 먼저 실명 비판했으니, 우리도 너희 지도자를 비판하겠다' 그런 뜻일까요?
그럼 여기서 전문가 전화로 연결해 북한과 거리 두는 시진핑 주석의 속내와 북한의 박 대통령 비판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김흥광 NK지식인 연대 대표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김흥광 대표>
1. 먼저, 북한이 박 대통령을 실명 비난한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2. 단순히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런 게 아니라 이제 박근혜 정부에 대해 강경책을 쓰겠다 이런 신호일 수도 있나요?
- 남북 관계가 더 꼬일 수 있겠군요.
3. 시진핑 주석과 최룡해 특사의 만남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정은의 첫 특사인데다 그다지 환대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4.북한의 핵개발과 핵보유는 중국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가 보죠?
5. 최룡해 특사가 전달한 친서에는 9월 중 김정은의 중국 방문도 포함됐다는 얘기도 있던데 중국이 수용할까요?
들으신 것처럼 북한은 핵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북한이 말한 대화와 6자회담 역시 핵 포기가 아니라 핵보유 인정을 위한 대화인 듯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수록 중국과 관계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고, 북한은 그럴수록 국면 전환을 위해 한반도 위기를 끊임없이 조장하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6자회담을 하는 척 시간벌기를 하면서, 우리를 상대로는 국지적 도발을 하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의 속내를 정확히 알고,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핵 포기와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우리의 대북 정책이 더 정교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음 달 박 대통령의 중국행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