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치열한 고지 쟁탈전을 소재로 한 영화 '고지전'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던 당시 우리 젊은이들 역시 이처럼 참혹한 전투를 수 없이 겪었는데요.
전쟁이라는 아픈 기억을 딛고 그 시절을 찾아 떠난 노병들의 여정을 오지예 기자가 동행했습니다.
【 기자 】
허리를 잔뜩 구부린 채, 무릎까지 올라온 가시풀을 해쳐 나가는 파란색 단체복 차림의 노인들.
베트남 전쟁 막바지인 지난 1972년 당시, 안케 638 고지를 지켜낸 용사들입니다.
(SOV) 치열한 격전지였던 맹호 부대 안케 패스 작전 지역에서….
청춘을 바친 전우와 가족 생각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집니다.
▶ 스탠딩 : 오지예 / 기자 (베트남 퀴논)
- "세월이 지나면서 베트남 전쟁에 참가한 한국군의 흔적은 희미해지고 있지만,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려는 노병들의 발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찾아간 부대 주둔지.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간신히 남아있는 부대마크와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주민이 향수를 자극합니다.
▶ 인터뷰 : 김수현 / 베트남전 참전용사
- "나보다 먼저 떠난 전우의 모습도 떠오르고, 기습으로 차량이 파괴돼 보급을 못 하던 기억도 새롭게 납니다."
격전지 방문 못잖게 설레는 일정 한가지는 한국인 참전용사들의 피가 흐르는 라이따이한과의 만남입니다.
전쟁터가 낳은 비극의 흔적이지만, 이들에겐 보듬어야 할 상처입니다.
▶ 인터뷰 : 뚜윗 / 라이따이한
- "아버지는 뵌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이 여기 오실 때마다, 아버지 대신 챙겨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이 교차했던 전쟁터.
총부리를 겨눴던 아픈 기억보다 더 큰 아련한 그리움이 3천 킬로미터 멀리 떨어진 이국 땅을 찾게 만들고 있습니다.
MBN뉴스 오지예입니다. [calling@mbn.co.kr]
영상취재 : 안석준 기자
영상편집 : 국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