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삭제를 지시하고, 국가기록원 이관을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완성본이 만들어졌으니 초본은 그냥 삭제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검찰이 본격 수사하고 있는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검찰이 회의록 삭제와 관련해 주목하고 있는 인물은 참여정부 당시 조명균 안보정책비서관과 임상경 기록관리비서관, 김경수 연설기획비서관, 그리고 김만복 국정원장입니다.
검찰은 조명균 전 비서관을 지난 5일 비공개로 조사했고, 오늘은 대통령기록관 관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임상경 비서관을 소환할 계획입니다.
이 둘만 조사한다면, 글쎄요 어느 정도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조 전 비서관은 한때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삭제를 지시했다고 발언했다는 말이 논란이 됐던 터이고, 임 비서관은 기록물 이관 실무를 담당했으니 저간의 상황을 가장 잘 알지 않을까요?
검찰은 이 핵심 4인방을 통해서도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문재인 의원까지도 소환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 의원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한 말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작년 12월 17일)
- "지금 남은 것이 무엇입니까? NLL 회의록 그렇죠? 제가 그 회의록 최종적으로 감수하고 정부 보존 기록으로 남겨두고 나온 사람입니다. 제가 그 회의록 속에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하거나 다시 NLL 주장하지 않는다거나 그런 언급 있다면 제가 책임진다고 진작에 공언했죠?"
최종적으로 감수했다고 했으니, 문 의원은 회의록 삭제를 알았어야 합니다.
알고도 이런 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문 의원은 삭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누가 삭제를 지시했는지도 궁금하지만 삭제된 회의록이 초본인지 아니면 완성본인지 그것도 쟁점입니다.
검찰은 봉하이지원에서 발견된 삭제본이 완성본에 가깝다고 보고 있습니다.
녹음 파일에 나온 실제 대화를 거의 그대로 풀어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발견된 2차 본은 이 원본 회의록을 일부 고쳤기 때문에 수정본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정원본과 가장 유사한 것입니다.
쟁점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새누리당은 녹음 파일을 풀어 초본을 완성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감추고 싶은 게 있어 그걸 빼고 2차 본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종의 조작 본이라는 것이죠.
▶ 인터뷰 : 윤상현 /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10월6일)
- "관련 인사들은 검찰 수사에서 회의록 어떤 부분과 내용이 역사에 알려지는 게 두려워 회의록 전체 통째로 지웠는지 말해야. 기록물법 위반하면서까지 역사 기록 왜 폐기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반면, 노무현 재단은 녹음 파일을 풀어 그대로 옮기다 보니 문맥이 맞지 않고,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이 정확하지 않아 교정을 거쳤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의미는 달라진 것 없는 완성본이라는 겁니다.
완성본이 만들어졌으니, 초본은 필요없는 것이고 자연스레 삭제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경수 / 전 연설기획비서관(10월4일 MBN 출연)
- "초안이 왜 삭제해도 무방하냐면 이게 보고서라면 삭제되는 게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녹취록이라고 하면 녹음을 해 와서 녹음을 풀면 처음에 완전하게 풀리지 않습니다. 여러 번 듣고 푸는 과정에서 완성본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기사 홈페이지에 올리듯이 녹취록도 마찬가지로 기록관리비서관실에서 초안을 가지고 여러 번 버전을 바꾸면서 완성본이 만들어지면, 그 완성본만 기록물로 가치가 있는 겁니다."
진실은 뭘까요?
정말 무엇인가 감추고 싶어 2차 본을 만든 것일까요?
아니면 그냥 토씨와 말의 부정확성을 고쳐 완성본을 만든 것일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다시 원 녹음파일을 풀어보면 됩니다.
녹음 파일을 다시 풀어 대화록을 만들고서 삭제 본과 완성본을 비교하면 간단합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육성 파일 공개가 바로 그것입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
- "누군가 의도 갖고 은폐했다면 역사를 조작한 것이다. 후대에 역사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심각한 사안이다."
음성 파일 역시 아무나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여야 정보위 소속 열람위원 각 2명이 가서 비공개로 열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서상기 의원은 녹음 파일 역시 논란이 된다면 아예 국민에게 다 공개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회의록을 공개한 것도 국가적 망신인데, 음성 파일까지 공개하는 것은 3류 국가로 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상회담 내용을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겠다는 비정상적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
- "새누리당은 회의록 장사를 그만 할 것을 다시 한 번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속 보이는 웃기는 짓 그만하기 바랍니다."
회의록 삭제의 진실은 무척 궁금합니다.
그렇다고 음성 파일을 또 공개하자니 더 큰 파장을 불러올 게 뻔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쯤에서 이 논쟁을 멈출 방법은 전혀 없을까요?
여기다 회의록 불법 유출과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시점, 또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여부 등 쟁점이 산적해 있으니 신이라고 하더라도 이 꼬인 정국을 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