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개혁 등을 요구하며 지난 8월27일부터 장외투쟁을 벌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오늘 국회로 돌아왔습니다.
노숙투쟁에 들어간 지 45일 만입니다.
먼저 김 대표의 어제 기자회견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오늘)
- "많은 국민이 곱지않은 눈길로 쳐다보는 국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야 한다. 정치가 변하고 민주당이 변하는 걸 보여주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국회-광장-재보선 지역 오가며 핵심현안 중심으로 챙겨 나가겠다."
당대표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정상적인 국감활동에 나서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김 대표의 말처럼 민주당은 서울 광장에 쳐놓은 천막은 접지 않았습니다.
원내외 병행 투쟁이라는 전략이 바뀐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당장 다음주부터 시작하는 국정감사에 나서지 않을 경우 쏟아질 비판을 염두에 둔 걸까요?
또 국정원 선거개입과 개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천막을 접을 명분이 없음을 염두에 둔 걸까요?
김 대표는 또 새누리당에 대한 야권 연대의 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의 말을 좀 더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어제 기자회견)
- "많은 국민이 곱지않은 눈길로 쳐다보는 국회에 새로운 바람 불어야. 정치가 변하고 민주당이 변하는 걸 보여주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국회-광장-재보선 지역 오가며 핵심현안 중심으로 챙겨 나가겠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한 야권 세력의 결집을 촉구한 셈입니다.
마치 지난 대선 정국으로 돌아가자는 뜻일까요?
새누리당은 김 대표의 국회 복귀를 환영했습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늘)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노숙 45일만에 원내복귀 결정을 환영한다. 그동안 풍찬노숙에 고생 많으셨다. 오랜 노숙으로 해친 건강 잘 회복하시기 바란다. 이번 계기로 민주당은 명분 없는 거리투쟁에 국민 호응이 있을리 없다는 걸 절감했을 것. 더이상 민생 외면하고 거리 뛰쳐가는 일 없도록 한다."
새누리당은 그러면서도 천막을 접지 않고, 야권연대를 주창한 대목에 대해 은근히 신경쓰는 눈치입니다.
최 원내대표의 말을 더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어렵사리 원내 복귀를 결정하면서도 제1야당 대표답지 않게 꼬리를 남긴 것은 유감이다. 노숙투쟁은 접겠다면서 서울시청 광장 앞 천막은 그대로 두고 시민단체에게 투쟁의 바통을 넘겨주겠다는 것은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김 대표의 국회 복귀로 국회가 정상화된 것인지, 아니면 더 큰 폭풍의 전야에 불과한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국정감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난타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겉으로는 국회가 정상화됐지만, 암초는 곳곳에 많습니다.
최대 난관은 바로 NLL 회의록 공방입니다.
어제 참여정부 인사들은 검찰발로 흘러나오는 노 전 대통령의 회의록 삭제 지시와 국가기록원 이관 누락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김경수 전 연설기획비서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경수 / 전 연설기획비서관(어제 기자회견)
- "확인하려면 초안을 공개하면 된다. 표지나 제목 등 초안과 공개한 최종본의 형태가 같다. 형태 등을 보고 완성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으나, 정상회의 당시 오전 회의 중 앞 부분에 녹음이 안돼 국정원에서 넘어온 부분에 조명균 전 비서관이 자신의 메모를 가지고 보완한 것 정도가 차이일 것이다. 검찰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할 게 아니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초안을 공개하면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고, 삭제된 이유는 참여정부 사람들도 알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또 회의록 초본과 완성본은 발언자 오류와 외교적 관례에 따라 '저는'을 '나는'으로 바꾼 정도에 불과하지, 전혀 다른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갖가지 의혹에 대해 참여정부 사람들이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급하게 나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의혹이 풀리는 건 아닙니다.
오늘 한 보수신문은 노 전 대통령이 회의에서 "안 좋은 이야기, 불리한 거는 지정물로 묶자”는 말을 한 사실을 검찰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관련 회의 동영상도 있다는 겁니다.
이쯤되면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손익계산만 놓고 보면 논쟁이 계속될 수록 민주당이 결코 유리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입니다.
국민이 싫증낼 법도 하지만,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회의록 공방을 그만하자고 제안했던 게 아닐까요?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오늘)
- "대화록은 존재해 있고, NLL은 유지가 되어있는 상태에서 더이상 이 문제 갖고 호들갑 떨며 정쟁에 나서라라는 요구에는 하등 관심도 없고 취미도 없다. 더이상 정쟁하지 말고 새누리는 집권여당의 책임감으로 책임정당 답게 검찰수사에 조용히 맡기고..."
그러나, 민주당 바람과 달리 새누리당은 정치적으로 호재인 이 문제를 그냥 덮고 싶지는 않겠죠.
▶ 인터뷰 : 정우택 / 새누리당 최고위원(오늘)
- "사초 폐기와 관련해 노무현재단이 검찰 조사 앞두고 입장 표명한 것은 대단히 적절치 못하다. 민주당이 사초폐기에 대해 분명한 입장 밝히고, 문재인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문재인 자신은 어떤 책임있는 자세로 임할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여야는 서로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어떤 논쟁을 끝낼 지, 아니면 계속 이어갈 지 결정합니다.
그러나 정치적 유불리보다 더 정치권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민심이고, 여론입니다.
장외투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으면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접을 수 밖에 없고, 회의록 실종 공방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커지면 그 논쟁은 멈추게 될 것입니다.
지금 여론은 민주당에게 장외투쟁을 멈추라 하고 있고, 새누리당에게는 회의록 실종 공방을 멈추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너무 자의적 해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