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있고, 50여 일 뒤인 7월30일에는 재보궐선거가 있습니다.
어제 대법원 확정 판결로 현영희 무소속 의원과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 신장용 민주당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이재영 의원과 신장용 의원의 지역구는 각각 경기도 평택 을과 수원 을이어서 수도권 민심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있을 재판 결과에서 따라 재보궐 선거 지역이 10곳이 넘을 수도 있습니다.
여야는 지금부터 선거에 골몰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당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통합진보당도 이번 지방선거에 역대 최대 규모의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정희 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정희 / 통합진보당 대표(어제)
- "진보당 후보들은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는 선명 진보야당의 전령사가 될 것입니다. 진보당 후보들이 나선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독재 반대의 구호가 터져나올 것입니다."
이정희 대표의 지방선거 목표는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저항입니다.
지난 대선 때 TV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정당해산 절파가 진행중인 통합진보당이 당을 온전히 유지한 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숭빈디ㅏ.
새누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안철수 의원 쪽도 지방선거 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얘기를 잠깐 들어볼까요?
▶ 인터뷰 : 이혜훈 / 새누리당 최고위원(어제)
- "지방선거 후보 물색 과정에서 안철수 의원의 행보는 구태정치, 상왕정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공동위원장도 아닌 상태에서 딴 사람 앉혀놓고 막후에서 좌지우지하는 거야 말로 아주 낯익은 상왕정치, 구태정치이다."
이혜훈 의원은 안 의원을 비판하면서 안 의원에게 직접 서울시장에 나서라고 했습니다.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붙으면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일이까요?
특히 이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으니 이 의원 뜻대로 안 의원이 서울시장에 나온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될 듯합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안 의원이 나오길 원치 않는 모양입니다.
어제 박 시장은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구청 신년 인사회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안 의원이 나타나지 않아 두 사람의 만남은 불발로 끝났습니다.
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린 행사에 왜 나오지 않았을까요?
지난 14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구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 시장과 만났듯이 해당 지역구의원들은 구의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인데 말입니다.
안 의원이 박 시장을 피한 것일까요?
사실상 지방선거와 인재영입을 뒤에서 총괄하고 있는 안 의원은 박 시장을 피하면서 새정추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왕 정치라는 이혜훈 의원의 말이 영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안철수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의원(어제)
- "(새 정치 추진위원들은) 우리가 지향하는 새 정치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방송 통해 열심히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아니라고 부인해도, 사실 안 의원의 존재는 새정치추진위에서 절대적입니다.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이라고 표기한 것도 '새정추'로 표기한 것의 지지율 차이는 천양지차입니다.
사람들이 새정추를 아직 잘 모른다는 얘기죠.
이쯤 되면 새로 만들어질 신당의 이름에 '안철수'라는 말을 꼭 넣어야 할지 고민스러울 정도입니다.
어쨌거나 안철수 의원의 활발한 행보는 민주당에는 위협적입니다.
이 위협을 대하는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안철수 연대론과 독자 선거론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13일 신년기자회견)
-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하게 된다면 민주당이 앞장서서 주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
▶ 인터뷰 : 손학규 / 민주당 고문(어제 동아시아미래재단 신년 메시지)
- "(안철수 신당이)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론의 유혹을 떨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망하는 길입니다."
안철수 의원 쪽은 연대하지 않겠다는 뜻이 분명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군요.
손학규 고문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개헌에 대해 안철수 의원이 찬성한다며 다시 야권연대가 이뤄질지도 모릅니다.
손학규 고문 역시 개헌을 역설한 터라 개헌을 반대하는 새누리당과 개헌을 찬성하는 야권이 대립전선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 하니 앞으로 5개월 남은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꼬집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아무리 정치라는게 내일을 알 수 없는 변칙과 변동의 연속이라 하더라도,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처신은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어제 오전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실을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 사장은 황우여 대표에게 지난 총선에 출마했던 대전 지역 당협위원장 자리를 그대로 남겨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최 사장이 (대전 서구을이) 자신의 지역구였으니까, 자기가 잘 좀 정치를 하고 싶으니 돌봐달라는 것이다."(황우여 대표)
이 자리에 동석한 홍문종 사무총장도 '최 사장이 당협위원장 때문에 찾아온 것이 맞다'고 전했습니다.
사실이라면 기막힐 노릇입니다.
자기 측근을 앉혔다가 2016년 총선이 되면 자신이 다시 나가겠다는 심보입니다.
하필 어제는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이 구속 수감된 날로, 야권과 노조는 이런소식이 전해지자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박광온 / 민주당 대변인(어제)
-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리만 탐하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당장 코레일 사장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최연혜 사장이야말로 '상왕 정치'를 하려 했나 봅니다.
선거는 기교의 장이 아니고, 진심의 장이어야 합니다.
그런 장에 걸맞은 후보들이 나와야 합니다.
지금 국민의 눈에 비치는 정당과 후보들은 과연 이 기준에 맞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