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 선거가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민주당 박원순 시장 독주체제였는데, 새누리당의 두 거물 김황식 전 총리, 정몽준 의원에 이어 안철수 의원까지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요즘 김황식, 정몽준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정몽준 의원은 홍문종 사무총장이 직접 삼고초려에 나섰고, 김황식 전 총리는 여권의 고위관계자가 나서서 영입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은 "추대면 몰라도 경선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가 최근엔 조금씩 출마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게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이름들이 거론됐던 안철수 신당도 마지막 카드인 안철수 의원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 같습니다. 최근 윤여준 새정추 위원장이 안 의원 출마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는 말까지 흘러나옵니다.
만약 새누리당에서 김황식, 정몽준 가운데 한 사람이 출마하고 민주당 박원순, 무소속 안철수 의원까지 모두 출마한다면 그야말로 '대선급 선거'입니다. 특히 이 네 명 가운데 정몽준, 안철수 의원은 실제로 과거 대선에 출마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어느 사람이 후보가 되든, 대선보다는 서울시민을 생각하고 출마를 결정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이제이(以夷制夷)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마침내 결단을 내렸습니다. 신당을 3월에 창당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는 한나라당, 새정치국민회의, 자유민주연합이 나섰던 1998년 이후 16년 만에 3당 구도로 이뤄지게 됐습니다.
이른바 '안철수 신당'은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전략을 보이고 있지만, 굳이 나누자면 아무래도 진보, 즉 야권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새누리당이 이 새로운 야권 정당을 마음속으로는 응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겉으로는 비판을 쏟아냅니다. 새누리당의 아침 회의 때마다 고위 당직자 1~2명은 꼭 마이크를 잡고 "안철수의 새 정치가 도대체 뭐냐"면서 비난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한마디가 더 붙습니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서울, 경기, 인천에서 꼭 후보를 내라'는 겁니다.
이쯤 되면 새누리당의 속내를 간파하셨을 겁니다. 이이제이입니다. 새누리가 고전하고 있는 수도권에서 안철수 신당이 후보를 내면 당연히 민주당의 표를 일정 부분 잠식할 것이고 보수표를 독식하는 새누리당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안철수 의원은 속이 답답할 겁니다. 후보를 내자니 야권이 패배할 것 같고, 안 내자니 신당의 존재감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 오리무중2: 가창오리
- 이번에는 진짜 오리가 오리무중입니다. 이번 고병원성 AI 사태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가창오리들이 돌연 실종됐습니다.
지난 17일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견된 전북 고창군의 조류협회에 따르면 엊그제(20일)까지만 해도 20만 마리나 됐던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 떼가 어제(21일)는 하룻밤 새 4분의 1인 5만 마리로 줄었다고 합니다. 여기다 금강 하구의 가창오리도 22만 마리에서 18만 마리로 4만여 마리가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어디로 날아갔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가창오리의 인근 서식지에는 최근 수가 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리 농가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사라진 가창오리가 혹시라도 농장 주변에 출몰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입니다. 전문가들은 가창오리가 이동하는 중에 분변이 농장에 떨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농장 주변에 먹이를 찾으러 갔다가 분변을 남길 수는 있다고 말합니다.
환경부는 어제부터 서해안 주요 철새도래지의 가창오리 등 철새 숫자를 일일이 세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해킹하는 냉장고
- 어제 세계경제포럼, 일명 다보스 포럼 참석차 다보스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세계적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 회장을 만났습니다.
두 사람이 가장 열을 올려 대화한 주제는 '사물인터넷' 분야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물인터넷이란 모든 사람과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건데, 영어로는 Internet of Everything입니다. 한마디로 인터넷을 통해 냉장고 온도를 조절하고, 외부에서 스마트 TV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기술 융합으로 창조경제를 이루겠다는 박 대통령으로선 구미가 당기는 분야였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물 인터넷이 오히려 악몽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근 CNN은 한 해킹 사례를 보도했는데 공격 주체 중 무려 25%가 냉장고나 TV 등 스마트 가전이었다고 합니다. 전 세계 해킹 조직이 이미 사물 인터넷을 해킹 도구로 악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보안 전문가들은 PC와 모바일 기기보다 스마트 가전은 보안이 허술해 해킹 표적이 되기 싶다고 입을 모읍니다. 냉장고에 해킹을 당하는 시대에 살지 않으려면 보안 분야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