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월요일 아침 뉴스의 맥입니다. 황금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55명으로 줄었습니다. 새해 첫 대수비, 즉 대통령 주재 수석 비서관 회의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또 국회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다음달 한미 연합 훈련에서 미국이 전략 무기를 대거 참여시키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학별 총장 추천 할당 인원이 공개되면서 삼성이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과거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가 또다시 디폴트 위기에 처했습니다.
1. 이제 55명뿐
- 꽃다운 나이에 청춘을 짓밟힌 위안부 피해자 한 분이 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일제의 만행을 '생존'으로 증언할 사람은 55명뿐입니다.
13살에 일본군에 끌려가 간도 지방에서 끔찍한 세월을 보냈던 황금자 할머니가 어제(26일) 새벽 1시 20분쯤 90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습니다. 생전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 한 번 받지 못하고 억울한 일생을 보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민주당 김한길 대표 등 사회 각 계의 조문이 이어졌지만, 가해자인 일본에서는 주한 일본대사조차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본 공영방송사 사장이라는 사람이 망언을 했습니다. 모미이 가쓰토 신임 NHK 회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프랑스나 독일 등 전쟁을 했던 어느 국가에나 있었던 일이다." "한국이 일본만 강제 연행한 것처럼 주장하는 바람에 대화가 힘들어진다." "배상 문제는 일·한 조약으로 해결됐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이상하다.".
분노만 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2. 새해 첫 대수비
- 대수비라고 하면 이게 뭔 말인가 하실 텐데, 대통령 주재 수석 비서관 회의를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대통령 기자회견과 해외 순방 등으로 새해 들어 열리지 못했던 새해 첫 대수비가 오늘 열립니다.
오늘 대수비에 관심이 쏠리는 건, 새해 처음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동안 현안이 너무 많이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이 순방 기간 짤막한 지침을 내리긴 했지만, 카드 사태, AI, 대북 문제 등에 대해 정리된 입장을 밝히는 사실상 첫 자리입니다.
여기다 김기춘 비서실상의 사의설,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에 대한 경질설이 관가를 돌아다니는 상황인 만큼 개각에 대한 의견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 자신의 대선공약이자 정치권의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오늘 어떤 현안을 먼저 얘기하는지에 따라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정 우선순위도 알아볼 수 있는 만큼 오늘 대수비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릴 전망입니다.
3. 툭하면 국정조사
- 국회의원의 4분의 1 이상, 의원 70명 정도의 요구만 있으면 국회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 들 수 있습니다. 이 칼의 이름은 국정조사입니다.
이번 카드사 고객정보유출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국회가 또 슬그머니 이 칼을 꺼내 들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특정 사안에 대한 진상 규명과 조사를 벌이는 것을 비판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동안 국정조사가 많은 시간과 비용만 들일뿐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13대 국회부터 이번 국회까지 모두 23건의 국조가 시행됐지만 보고서가 채택된 건 겨우 9건뿐입니다. 특히 가장 최근의 국조인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처럼 여야의 대립이 극심한 때 시행되는 국조는 특히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다수였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새누리는 정무위 안에서 청문회,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벌이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누굴 불러서 질책하기 전에 입법에서 구멍은 없었는지, 자신들의 책임을 돌아보는 게 먼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4. 스텔스 불참
-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이번 한·미 연합훈련, 특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에서는 항공모함과 스텔스 폭격기를 보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항공모함은 지난해에도 참여하지 않았지만,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B-2 스텔스와 B-52 전략폭격기 등은 지난해 훈련에서 북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었습니다.
자연히 최근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화해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이 적대행위 중지를 제안하고 이산 상봉도 받아들인 만큼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한·미 군사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기는 합니다. 훈련 규모가 하루아침에 결정되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최근 상황이 반영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지난해엔 3차 핵실험 등으로 안보위기가 고조됐기 때문에 전략무기를 투입했던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남북은 오늘부터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인데, 이런 부드러운 분위기가 회담장에도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 곤혹스러운 삼성
- 대학총장 추천제 때문에 삼성이 곤욕을 치르게 됐습니다. 삼성이 각 대학에 보낸 추천요청 인원수가 학교마다 다르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신 서열화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서열이 이른바 서울·연세·고려대의 앞글자를 딴 SKY, 즉 인문계 위주의 서열과는 좀 다르다는 것도 시선을 끌었습니다. 성균관대가 서울대보다 15명 많은 인원을 배정받는가 하면 고려·연세대보다 한양대와 지방국립대인 경북대의 인원이 더 많이 할당됐습니다. 전체적으로 공대가 강한 학교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삼성은 억울하다는 견해입니다. 철저히 기존 합격자를 기준으로 작성한 자료고, 또 이공계 회사가 이공계 인원을 많이 뽑는 것이 문제가 되느냐는 겁니다. 또 서울대와 연·고대 위주로 했으면 또 명문대 위주의 줄세우기라고 더 비판했을 것 아니냐는 설명입니다.
삼성의 총장 추천제 도입으로 가뜩이나 서열에 민감한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나게 됐습니다.
6. 아! 아르헨티나
-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 뮤지컬 에비타의 주인공 에바 페론이 생존해 있을 당시인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자원 부국으로 세계 경제를 호령했습니다. 20세기 초에는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부흥은 채 100년을 가지 못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지난 2001년에 이어 또 채무불이행, 즉 디폴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2001년 위기를 잘 극복하고 10% 가까운 고성장을 지속했지만, 재작년부터 다시 비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르헨티나 화폐인 페소화의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20%나 떨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원인을 '페론 주의' 즉, 에바 페론의 남편인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의 포퓰리즘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임금 대폭 인상, 산업 국유화 등 대책 없이 곳간만 열어젖혔던 페론 대통령의 대중인기영합 정책이 60년이 훨씬 지나도록 아르헨티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겁니다. 잘못된 정치가 국민을 얼마나 힘들게 할 수 있는지 아르헨티나가 전 세계인들에게 따끔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