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금요일 아침 뉴스의 맥입니다. 윤진숙 장관 낙마의 결정적 계기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분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의 무성의 브리핑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북한이 전략폭격기 B-52를 핑계 삼는 속내를 짚어봅니다. 대기업 계열사의 대출 사기에 서민들이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1. 대통령의 진노
-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결국, 300일을 채우지 못하고 낙마했습니다. 윤 장관은 취임 전 인사청문회 때부터 자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때문에 295일간 윤 장관 사퇴는 야당은 '입 밖'으로, 여당은 '속으로' 외쳐왔던 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윤 장관이 1년 가까운 시간을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 때문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윤 장관이 해양수산분야에서 보기 드문 여성 전문가라는 점을 고려해 발탁했다며 정치권의 이해를 요청했습니다.
이번 경질은 결국 박 대통령의 마음이 애정에서 진노로 바뀌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경고를 무시했다는 겁니다. 지난달 말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논란이 일자 박 대통령은 "앞으로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는 공직자는 반드시 문책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여수 기름유출 사고에서 어민이 1차 피해자가 아닌 2차 피해자라고 한 말이 결국 대통령으로 하여금 레드카드를 꺼내 들게 했다는 겁니다.
2. 16초 브리핑
- 어제 청와대가 윤 장관을 경질하는 데는 단 16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민경욱 대변인은 딱 한 문장짜리 원고를 다 읽자마자 곧바로 연단을 내려왔습니다. 물론 기자단과 비공개 브리핑은 진행됐지만, 적어도 국민은 TV에서 더이상 민 대변인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청와대가 1분도 안 되는 초 단위 브리핑, 그리고 질문 없는 브리핑으로 지적을 받은 건 이번이 벌써 세 번째입니다.
지난해 3월 장·차관 대거 낙마 사태 때는 대통령 사과문도 아닌, 허태열 비서실장의 2문장짜리 사과문을 그것도 김 행 대변인이 17초 동안 대신 읽었습니다. 지난달 초 김기춘 비서실장이 쏟아지는 개각설을 잠재우기 위해 쓴 시간은 달랑 45초였습니다. 두 사례 모두 질의응답 기회는 없었습니다.
이 브리핑들의 공통점은 청와대로서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거나, 머쓱할 만한 내용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더 궁금했을 겁니다. 왜 그런지,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말입니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짜고 치는' 질의응답으로 실망을 안겼던 청와대, 다음부터는 좀 더 솔직한 브리핑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많습니다.
3. B-52
-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입니다. 길이 48미터, 너비 56미터로 농구장 코트 2개를 붙여놓은 것보다도 큽니다. 이 폭격기가 어제 하루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습니다.
남북이 판문점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진행하던 바로 그 시간에 서해 상에서 이 폭격기가 떠 있었던 겁니다. 북한은 미국의 핵전략폭격기 편대가 하늘에서 떠돌고 그 아래에서 신뢰를 쌓는 것은 연극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예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이산 상봉을 재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B-52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이긴 합니다. 특기가 '융단 폭격'이기 때문입니다. 괌 기지에 배치돼 있어 유사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B-52가 이번에 한반도에 처음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북한의 목적은 결국 이를 빌미로 한미연합훈련을 멈추려는 건데, 그래도 어떤 경우라도 '이산상봉 재고'라는 말은 피했으면 합니다. 우리 이산가족들 너무 오래 기다렸습니다.
4. KT 대출사기
- 아직 금융정보유출 사태의 여진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대한민국 금융시스템의 허술한 단면이 또 한 번 드러났습니다. 이번엔 대출 사기입니다.
KT 자회사 직원이 납품업체 직원과 짜고 5년 동안 무려 3천100억 원을 대출받아 가로챘습니다.
KT의 시스템통합업체인 KT ENS에 납품을 하는 N사 등은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하나은행, NH 농협, KB 국민은행 등 13개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았습니다. 담보는 '외상매출채권'이었습니다. 납품은 했지만 아직 받지 못한 돈이라는 건데, 금융사로선 최악의 경우 KT에 돈을 달라고 하면 되니까 걱정 없이 돈을 빌려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매출채권 서류가 모두 가짜였고, 금융회사들은 5년 동안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겁니다.
대출금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서민들에겐 그렇게 문턱이 높던 은행들이 정작 이름있는 기업들에는 이렇게 허술하게 돈을 빌려주고 있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허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