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2월 21일 금요일 뉴스의 맥입니다. 고령 이산가족이 늘면서 이제 부자상봉 대신 조카상봉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마지막 경기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17년 선수 인생을 마무리했습니다. 일본이 위안부 강제동원을 사과한 고노 담화까지 수정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대통령상 수상자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공군사관학교가 결국 수석 졸업 여생도에게 대통령상을 주기로 했습니다.
1. 조카상봉
- 꿈에도 그리던 혈육을 만난 이산가족들, 말을 잇지 못하고 서로 손을 꽉 잡을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런데 과거 상봉과 비교하면 달라진 풍속도가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는 부모나 형제가 상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손자 상봉'이나 '조카 상봉'이 일반화된 겁니다. 사실 혈육이라곤 하지만, 처음 얼굴을 보는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과거 통곡을 하거나 울다가 혼절하는 모습은 많이 줄어들고 차분하게 부모나 형제의 소식을 묻는 모습이 많아졌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이산가족 사망자 수는 매년 3천8백여 명에 달하지만, 상봉자 수는 1천6백여 명에 불과하다며 결국 매년 2천2백여 명이 이산가족이 꿈을 못 이루고 세상을 떠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만큼 이산가족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이번 상봉에서는 구급차 안에서 상봉하는가 하면, 건강이 악화돼 상봉 당일에 어쩔 수 없이 귀환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습니다. 현재 '추첨' 방식이 아닌 고령자 우선 기준으로 선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2. 7분 위한 17년
- 피겨 경기는 쇼트프로그램 2분 50초, 프리스케이팅 4분 10초로 구성됩니다. 그래서 '7분 드라마'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김연아의 자서전 제목도 바로 이 '7분 드라마'입니다.
김연아가 오늘 마지막 7분 드라마를 마쳤습니다.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홈팀 러시아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헌납했지만, 끝까지 여왕다운 의젓함을 보였습니다. 실수는 없었지만, 연습만큼 완벽하지는 않았다며, 판정에 대한 불만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연아는 이 마지막 7분을 위해 무려 17년을 빙판에서 보냈습니다. 여섯 살 되던 해 여름, 집 근처 빙상장에서 처음 피겨와 만난 김연아는 만화 대신 피겨 선수들의 경기 비디오를 볼 정도로 푹 빠져들었습니다.
김연아는 중학생이던 2003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수천 번의 점프를 뛰는 동안 김연아는 하루도 괴롭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바로 부상 때문이었습니다. 2010년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선수 생활을 접으려고 했던 것도 바로 이 고통 탓이었습니다. 하이힐을 신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나는 (피겨가) 줄곧 우연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사실은 필연이었는지 모른다." 17년을 함께 해 온 피겨에 대한 김연아 선수의 고백입니다.
3. 고노 담화
- 지난 1993년 전 세계는 일본의 양심이 그래도 아직 살아있다며 박수를 쳤습니다.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 즉 정부 대변인이 일제시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겁니다. 이른바 '고노 담화'입니다. 그동안 많은 일본 우익들이 망언을 일삼아도 고노 담화라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우경화 행보에는 브레이크가 없었습니다. 집권 전부터 고노 담화를 수정하겠다고 큰소리쳤던 아베 총리가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모습입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어제 고노 담화의 근거가 된 한국인 피해자의 증언 내용을 검증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한마디로 강제동원됐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믿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심지어 당시 고노 담화 작성의 실무 역할을 맡았던 이시하라 노부오 전 관방 부장관은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었다며 기름을 부었습니다. 결국, 고노 담화 수정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
우리 정부가 역사인식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가 예상을 뛰어넘는 망동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고노 담화가 21년 만에 존폐의 위기에 몰리게 됐습니다.
4. 여생도 대통령상
- 수석 졸업생이 1등 상을 못 받고, 차석 졸업생이 1등 상을 받게 된다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후 이 수상자가 다시 뒤바뀐다면 더 이상한 일일 겁니다. 바로 공군사관학교 이야기입니다.
애초 공사는 졸업성적 1등 생도에 국무총리상을 2등 생도에게 대통령상을 주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석 생도가 여자였고, 차석 생도는 남자였다는 겁니다. 공사는 곧바로 '성차별' 의혹에 시달렸습니다. 공사는 대통령상은 공사 졸업생도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띠고 있어 학업성적뿐 아니라 체력, 리더십, 동기생 평가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했고 이에 따른 정당한 평가 결과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결국, 공사는 어제 다시 대통령상 후보자를 재심의했고 수석 여생도를 대통령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어쨌든 이번 일로 공사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무엇보다 1등 여생도나 2등 남생도 모두 적지 않은 상처를 받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