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화요일 아침 뉴스의 맥입니다. 야권 통합신당의 출범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친노 소외론'에 대해 짚어봅니다. 새누리당내 중진 차출론의 여파로 몇몇 정치인들의 우정에도 금이 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투자금이 끊기면서 러시아 경제가 급격히 망가지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승계하겠다고 하면서도 성의없는 답변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1. 安·金의 반격?
-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대표가 신당 창당 과정에서 친노 세력을 일부러 배제하려 한다.' 이른바 친노 소외론이 어제 하루 여의도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친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종세력으로 민주당 내에서는 진보 강경파로 분류됩니다.
발단은 신당 창당 준비단의 면면이었습니다. 대부분 전·현 민주당 인사로 구성된 양측의 추진위원 6명 가운데 친노계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 지도부는 펄쩍 뛰었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친노 소외론을 보도한 언론사에 법적 대처를 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았습니다. 하지만, 정가의 시각은 다릅니다. 사실 안 의원과 김 대표 모두 친노에 서운할 만한 점이 있었다는 겁니다.
안 의원의 경우 지난 대선 문재인 당시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친노 세력과 극한 갈등을 빚었습니다. 결국, 안 의원이 눈물을 흘리며 후보를 사퇴할 때 갈등의 골도 그만큼 깊게 패었습니다.
지난해 5월 당 대표로 선출된 비노 성향 김 대표 역시 임기 내내 "장외투쟁하자", "대선 의혹 관련 특검을 관철하자"는 친노의 강경 목소리에 끌려다녔다는 비판을 받은 만큼 속으로는 친노에 좋은 감정을 가지기는 어려운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어쨌든 이번 친노 소외론으로 신당 창당 과정의 첫 번째 파열음이 이는 모습입니다.
2. 깨어진 우정
-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것이 정치라지만 그래도 그 느낌은 당해본 사람만 알 것 같습니다. 당내 중진 차출론을 이기지 못하고 경기에 남경필 의원, 인천에 유정복 안행부 장관이 출마로 기울면서 해당 지역에 이미 출사표를 낸 정병국 의원과 이학재 의원의 심기가 불편한 모습입니다.
먼저 정병국 의원은 남경필 의원과 과거 한나라당 쇄신을 이끌었고 이후에도 가까운 관계로 지냈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남 의원이 정 의원에게 "나는 원내대표에 뜻이 있으니 경기지사에 나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정 의원이 받아들이면서 경기지사 레이스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남 의원 자신이 경기지사에 나간다고 하니 정 의원으로서는 황당한 상황입니다.
이학재 의원과 유정복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만큼 친박에서도 핵심으로 꼽히고 둘의 관계도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 장관은 최근까지도 국회에 올 때마다 이 의원에게 "선거 준비는 잘 되가냐"며 덕담을 건넸다고 합니다.
물론 남 의원과 유 장관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출마하는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정 의원과 이 의원으로서도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3. 서방의 저주
- "군사개입엔 대가가 따를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에 여전히 수천 명의 병력을 투입하고 있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 미국뿐 아니라 G8 등 서방 국가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푸틴에게는 큰 고려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서방의 반격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경제입니다. 어찌 보면 정치적 의도가 아닌 순전히 개인 이기심에서 시작된 움직임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금융시장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제(3일) 러시아 증시는 장중 한때 13% 넘게 떨어졌습니다. 2009년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자국 통화인 루블화의 가치도 폭락하고 있습니다. 푸틴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서방 투자자들이 자금을 앞다퉈 빼는 겁니다. 이른바, 서방의 저주입니다.
푸틴이 지난 2일 독일 메르켈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유럽안보협력기구가 이끄는 진상조사기구와 연락기구를 설치하는 데 동의한 것도 러시아 경제의 침몰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역시 주먹보다는 돈이 무서운 것 같습니다.
4. 말로만 '승계'
- 일본의 최고지도자가,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한 지난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승계하겠다고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망언·망동의 대명사 아베 신조 총리라면 살짝 고개를 갸우뚱할 만도 합니다. 그런데 역시나 아베 총리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아베 총리는 어제(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내각이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는 것이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일본이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 "이러한 인식에 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베 총리가 이제 정신을 차렸나 보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성의 없는 한마디가 사실상 끝이었습니다. 시기와 주체 등 담화의 중요 부분을 일부러 빠뜨린 겁니다. 원래 담화에는 "국책의 잘못으로", "머지않은 과거의 한 시기에"라는 말이 또렷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사실 아베의 속내는 지난해 4월 발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아베는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 않겠다,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위안부에 대해 사죄한 고노 담화에 이어 무라야마 담화까지 아베의 수정 대상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큽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