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파란 모습과는 달리, 밤에 찍은 것이라 마치 검은 구슬처럼 보입니다.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마치 아이들이 갖고 노는 구슬 같기도 합니다.
이 지구의 모습은 아시아 지역을 찍은 것인데, 자세히 보면 우리와 일본, 중국은 밤은 불빛으로 빛이 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위쪽, 이곳은 캄캄해 마치 동해와 서해로 연결된 바다 같기도 합니다.
바로 북한입니다.
얼마 전 공개된 사진에서도 칠흑 같은 북한의 밤이 드러나 북한의 전력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케 했는데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북한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854달러입니다.
2012년보다 39달러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우리의 1인당 명목 GDP인 2만 3838달러의 3.6% 수준에 불과하니까요.
위의 위성은 사진은 바로 우리 경제력의 3.6% 수준에 불과한 북한의 모습을 보여 준 겁니다.
마치 우리의 1970년대 같다고나 해야 할까요?
심지어 북한의 1인당 명목 GDP는 베트남이나 라오스와 비교해도 적습니다.
북한도 이런 위성사진과 객관적 경제지표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을까요?
올 들어 북한이 돌연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경제난 해소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유엔 제재 속에 중국마저 원유 공급을 중단하니, 북한으로서는 남한의 지원과 교역 확대 외에는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러나 남북 교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북한의 태도는 진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군사적 긴장과 말의 협박을 우리의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북한은 지난 5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류길재 / 통일부 장관 (5일)
- "북한을 설득할 때 약속을 안 지키면 국물도 없다, 이렇게 제가 그런 자세로 했다고 말씀을 어떤 자리에서 한 적이 있는데…."
"치사한 망발로 군대와 인민을 격분시키고 있다. 불신과 적대감을 고취하고 분열을 조장한다." (북한 고위급 접촉 대표단 대변인)
미국에 대한 비난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오늘 1면의 절반을 할애해 '국방위원회 성명에 대한 각계의 반향'이란 제목으로 미국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을 대대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우리 조선에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으로 하여 빚어지는 미국의 강도적 논리가 절대로 통할 수 없다." (김죽송 기계공업성 국장)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 끌수록 그 시간에 우리 과학자들은 더 좋고 더 위력한 것을 더 많이 탐구하고 창조해낼 것이다."(류성은 국가과학원 111호 제작소 소장)
그런데 놀라운 것은 북한의 이런 말의 겁박이 실제로도 군사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이 인정했다는 겁니다.
미국 육군참모총장은 최근 한반도 전쟁을 미래에 일어난다면 가장 위험할 상황으로 꼽았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7월 전승절 기념일 퍼레이드에서 공개한 미사일도 모형이 아니라 실제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이라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 인터뷰 : 찰스 자코비 / 미국 북부사령부 사령관
-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과 이란의 탄도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존재를 위협적인 것으로 인정했으니, 북한은 또 얼마나 더 으스댈까요?
김정은을 또 얼마나 찬양할까요?
지난 10일 북한 대의원 선거를 전한 북한의 발표내용입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 (10일)
- "제111호 백두산 선거구 전체 선거자들은 선거에 한 사람같이 참가하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100% 찬성투표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을 둘러싼 각종 권력 암투가 벌어지나 봅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술자리에서 김정은을 '어린애'로 비하했다고 전했습니다.
국가보위부 내에 김원홍과 그 반대세력이 권력 다툼을 벌이면서 폭로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최룡해 감금설처럼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자꾸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게 어쩐지 북한 내부가 심상치 않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인 것 같기도 합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북한에서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이 어둠이 언제쯤 걷힐까요?
검은 구슬 지구에서 언제쯤 북녘 땅이 반짝반짝 빛이 날까요?
겁박과 군사 긴장으로 연명하려는 북한의 태도는 언제쯤 바뀔까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그 시기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