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진보가 아니면 가슴이 뜨겁지 않은 것이고, 나이 들어 보수가 아니면 머리가 나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사회적 변혁을 꿈꾸는 게 자연스럽고, 나이가 들수록 변화보다는 안정을 희구한다는 뜻이겠죠.
그러다 보니, 2030의 젊은 표심은 늘 진보세력과 야권의 확고한 지지층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2030=진보'라는 공식이 최근 몇 년 새 깨지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20대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33.7%로 나타나 당시 야권을 경악케했습니다.
그리고 한국갤럽이 4월 둘째 주에 조사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에서도 '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0대 37%, 30대 47%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30대 지지율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잘하고 있다'가 '잘못하고 있다'를 앞질렀습니다.
2030이 보수화된 것일까요?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이 젊은 층의 마음마저 사로잡는 국정운영을 한 것일까요?
정치평론가들은 2030세대의 탈정치화 현상에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일관된 국정운영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불통이라는 측면보다는 여의도 정쟁과는 거리두기를 하는 측면이 더 부각되고, 국방 안보에서는 일관성 있는 대북 자세를 보이면서도 드레스덴 선언과 같은 유연성을 보인 게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청년 10명 가운데 1명이 취업 의사가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이를 박 대통령 탓으로 보기보다는 외부 변수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이쯤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은 40대 이상에 이어 2030까지 갈수록 두터워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특성화고를 방문해서 했던 얘기를 잠깐 보겠습니다.
<현장음>: 대통령님은 전자공학을 전공하셨어요. 여러분과 같이 이공계를 전공하셨는데….
▶ 박근혜 대통령
- "훈련을 실질같이 하게 되면 실제 상황에서도 훈련같이 할 수 있다, 그런 말이…. 교육 따로, 현장에 따로, 이렇게 되면 아마 그 괴리 때문에 서로 여러 가지로 힘이 들거든요. 그래서 산업체와 학교하고 교육 과정도 같이 개발을 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2030으로 보폭을 넓혀가지만, 안철수 새 정치 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지지율은 점점 빠지고 있습니다.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1~12일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안 대표의 이미지가 나빠졌다는 응답은 20대에서 34.2%, 좋아졌다는 응답은 17.7%에 그쳤습니다.
30대도 나빠졌다는 응답이 45.6%, 좋아졌다는 응답은 11.6%였습니다.
2030세대는 안철수 대표의 핵심 지지층이었습니다.
젊은이들의 이른바 롤모델이었던 안 대표는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대선후보와 신당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핵심 지지층이 빠지는 겁니다.
왜일까요?
2030세대는 안철수 대표가 기성정치에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따뜻한 마음, 그리고 뜨거운 열정을 사랑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통합과정과 이후 기초 무공천 사태를 보면서 안철수 대표 역시 기성 정치인이 되어가거나 정치에서는 초선인 신인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았을지 모릅니다.
안철수 대표의 굳은 표정은 2030에게는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권력에 집착하는구나 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줬을지 모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도 마찬가지이다. 출범시는 청년들이 고민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했지만 실업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어, 창조경제 또한 귀에 못이 박히게 외쳤지만 대한민국 경제는 새로워지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은 툭하면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껏 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지율 속에는 자만하지 말라는, 민심을 읽으라는 경고가 숨어 있습니다.
정치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2030세대는 특히나 가변성이 강합니다.
좋아했다가 싫어하는 일이 40대 이상보다는 더 자주 있을 겁니다.
미래 우리 사회의 주력
그들이 2017년 떠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로 올 차기 대통령에 대해 어떤 평가와 선택을 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눈에 올바른 길을 가고자 하는 정치인,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