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지만, 또 어떻게 사고 직후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생존자를 구해내지 못했는지 대한 자성과 분노가 뒤섞여 표출되고 있습니다.
마치 무거운 돌덩어리가 우리 마음을 짓누른 데, 벗어나려 해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정홍원 국무총리가 전격 사의표명을 했습니다.
▶ 인터뷰 : 정홍원 / 국무총리
- "이번 사고 희생자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하고 유가족 여러분께 마음 깊이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며 구조되신 분들이 입은 상처의 쾌유를 빈다. 사고 발생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 초동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을 정치적으로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정 총리 역시 많은 국민처럼 무거운 돌덩어리가 마음을 짓눌렀을 테니까요.
그러나 개인을 떠난 일국의 총리가 사고 12일째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은 냉정하게 여러 시각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 총리는 아마도 자신의 사의 표명으로 세월호 참사의 책임문제가 가라앉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자신부터 사의 표명을 함으로써 앞으로 있을 개각에서 박 대통령 운신의 폭을 넓혀주겠다는 의미가 강했을 겁니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해석은 제각각입니다.
야권의 해석은 신랄합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또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다, 관련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에 앞서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 내각 수장인 총리 홀로 사퇴 선언은 지금 이 시점에서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고 비겁한 회피다. 가뜩이나 총체적 난맥상에서 총리가 바뀌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느냐."
사태 수습을 해야 할 총리가 갑자기 사퇴하면 누가 수습할 것이냐는 말입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책임지고 사과할 사람은 총리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라는 뜻일까요?
여권은 다소 복잡합니다.
총리의 사퇴가 불가피하지만, 시기상으로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 여권이 총리 사퇴로 적당히 책임회피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또 총리가 사퇴하면 이후 수습과정의 최고 사령탑은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으로 바뀌는 만큼 큰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지방선거 전 총리교체와 개각이 이뤄지면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금은 총리의 진퇴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사고현장의 수습으로서 정부는 흔들림 없이 사고 수습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총리가 사퇴한다고 마무리될 상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새누리당 함진규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함진규 / 새누리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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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신중한 반응입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임면권자인 대통령께서 숙고해서 판단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간략히 입장을 전했습니다.
지금은 총리만 사퇴하고 현 내각이 사태수습을 한 뒤, 대통령 사과와 함께 전면 개각을 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립니다.
6.4 지방선거를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대략 이 과정에 두 세달은 걸릴 듯 합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으로서는 총리 교체와 개각, 그리고 사태수습까지 어느 것 하나 수월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 실내체육관에 앉아서 정 총리의 사의 표명 기자회견을 바라봤습니다.
어떤 분들은 총리 사퇴가 당연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총리가 사퇴한다고 해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며 격앙됐다고 합니다.
총리가 사퇴한다고 해서 죽은 자식이 살아 돌아오는 게 아닌 만큼 많은 가족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일일 겁니다.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이 책임의 시작인지, 끝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그저 진심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진심으로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위로할 수밖에요.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일일 겁니다.
지금 사람들은 오직 이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누가 물러나고, 누가 사과하고, 누가 책임져야 하고 그런 것은 지금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영상편집 : 김희경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