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안 대표가 오랫동안 대표를 맡아왔다는 착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아마도 안 대표가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대선 주자로 우리들 뇌리 속에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안 대표 자신도 지난 100일이 꽤 긴 시간처럼 느껴졌나 봅니다.
안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벌써 지난 금요일 7월 4일이 100일이 되 는 날이었는데 저나김대표나 아무도 몰랐던 거다. 100일인데 10년 정도 지난 것처럼 느껴져요. 계속 당에서 일 오래한 기분 들었다"
계속 당에서 오래 일한 기분이 들었다는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안 대표 자신은 구 민주당 사람들과 일한 지난 100일이 힘들었다는 뜻일까요? 아니며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 편안했다는 뜻일까요?
아쉬움이 참 많다고 한 걸 보면 적어도 편안한 100일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런데 7월은 안 대표의 취임 100일도 되지만, 안철수 대표가 정치하면서 내놓은 '안철수의 생각'이 나온 지 만 2년이 되는 달이기도 합니다.
안 대표는 최근 이 책을 다시 읽어봤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초심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다시 한번 확신을 느꼈고, 잊어버린 부부들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무엇을 확신했고, 무엇을 다시 깨달았을까요?
민주당과 합당한 것이 역시 옳았다고 할까요? 아니면 제3의 길을 갔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까요?
'안철수의 생각'이 나올 즈음 무렵부터 안철수 대표 주변에는 새로운 정치, 제3의 정당을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안 대표 곁에서 많이 떠났습니다.
떠나면서 어떤 이들은 안 대표의 제3 정치 실험은 이미 실패로 끝났다고 단언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안 대표의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안 대표의 주변에는 지금 누가 있을까요?
안 대표는 지난주 항상 곁을 지키던 금태섭 전 대변인이 떠나는 것 아니냐고 기자들이 물었을 때 자신만만해 했습니다.
그러나 금 대변인은 떠났고, 안 대표는 뒤늦은 한탄을 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7월5일)
- "(금태섭과 연락하시나?) 계속 소통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무슨 이상한 말을 하세요. (입지 관리 차원에서 우려의 목소리 나오는데?) 보시죠 진짜 그런지."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7월9일)
-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최적의 후보일 때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고 하고, 저와 인연이 없는 사람이 공천받으면 '자기 사람도 못 챙긴다'고 한다. 그런 잣대로 비판한다면 하나님인들 비판받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100일 동안 기초연금법 등 10가지 정도를 성과로 언급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평가는 상대적이니 누구 말이 옳은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난 100일 만큼 앞으로 다가올 100일 역시 이렇게 극과 극의 상대적 평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7.30 재보궐 선거는 또 한 번 안 대표의 정치적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안 대표는 너무나 조심스러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오늘)
- "냉정하게 보면 예전에, 원래 5곳만 우리가 있었던 곳이라서 현상 유지만 해도 잘하는 선거이고…"
15곳 가운데 야권이 차지하고 있던 5곳에서만 이겨도 잘한 것이라 하니 야권 지지자들이 들으면 화날 말이기도 합니다.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이 낮아서, 여름휴가라 젊은이들이 많이 놀러 가서 등등 여러 이유를 댑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결과 드러난 정부의 총체적 무능, 두 번의 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어 김명수 정성근 후보자 논란까지, 야권에 이보다 좋은 선거 환경이 있었던 적이 있었을까요?
전략공천과 그 후폭풍으로 야권 지지자들이 등을 돌린 사실을 안 대표는 진정 모르고 낮은 투표율 얘기만 하는 걸까요?
설마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면피하려고 벌써부터 연막을 피운 건 아니겠죠.
차기대권에 도전하는 안철수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안 대표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꽤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