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치사 사건에 대한 군의 보고체계가 곳곳에서 구멍을 드러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국방부 감사관실이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23명의 감사관을 투입해 감사를 진행한 결과 엽기적 가혹행위를 포함한 사건 내용이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과 권오성 육군총장에게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료 병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엽기적인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병사가 사망한 사건이 군 수뇌부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군의 고질적인 보고체계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각 보고 라인에서 보고를 지연하거나 사건의 핵심 내용인 엽기적인 가혹행위 내용을 빠뜨리고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6군단 헌병대에서 윤 일병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 4월 8일 오전 7시 10분에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포함된 최초 '사고속보'를 작성해 국방 전산망(인트라넷)을 통해 육군본부 헌병실로 송고했다.
육본 헌병실은 같은 날 오전 9시 15분 국방부조사본부 안전상황센터에 인트라넷 이메일로 해당 사고속보를 보냈다.
그러나 조사본부 안전상황센터장인 김모 소령은 6시간이 지난 오후 3시 7분에야 열람했다. 이 마저도 상관인 조사본부장 백모 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으며 보고를 받지 못한 백 본부장도 국방장관에게 보고를 누락시켰다.
28사단의 상급부대인 6군단장은 지난 4월 8일 오전 9시 44분 군단 헌병대장으로부터 사건 전모를 보고받았고 하루 뒤인 9일 3군사령관에게 전화로 지연 보고를 했다. 하지만 3군사령관은 상관인 육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때문에 육군총장은 국방장관에게 지휘보고를 할 수 없었다.
병영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망 사건에 대해 군의 인사·헌병·법무 등 어느 쪽도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보고됐다.
6군단 인사참모와 3군사령부 인사참모는 엽기적인 가혹행위 등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파악해 놓고도 보고계통인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고속보'가 육본 인사참모부장에도 전파되기 때문에 당연히 그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보고를 누락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김장호 감사관은 "인사 부서에 있는 관련자들이 대체로 엽기적인 가혹행위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28사단과 6군단, 3군사령부의 법무 장교들도 "지휘계통과 인사계통, 헌병계통에서 보고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육군총장이나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등에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김 감사관은 설명했다.
예하 부대를 감시해야 할 예하 기무부대에 대해서는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육본 안전관리센터장 정모 대령은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담긴 10페이지분량의 사건보고서를 전달받고도 핵심내용인 가혹행위 부분을 누락시킨 채 육본 인사참모부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류모 인사참모부장을 지휘감독 소홀 등으로 국방부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말했다.
하지만 지난 4월 8일 직속 부하에게서 보고를 받지 못한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경고 및 주의 대상으로 분류되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본부장은 육군부대의 헌병조직을 총괄하는 막중한 직책이면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느 부대 헌병 조직으로부터도 엽기적인 가혹행위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에 국방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대상자는 국방부 고위공무원 박모씨, 육본 인사참모부장 류모 소장, 육본 헌병실장 선모 준장, 육본 안전관리센터장 정모 대령, 국방부조사본부 안전상황센터장 김모 소령 등 5명이다.
그러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하위 계급만 징계위원회에 넘기는 '꼬리자르기식' 조치가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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