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탓이라 딱히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사람들은 세가지 악재를 꼽습니다.
첫번째는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야당과 유족, 그리고 여당과 청와대의 시각차입니다.
2차례 합의안이 나왔지만, 야당 강경파와 유족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여당과 청와대는 2차 협상이 마지노선이라며 재협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너무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 박근혜 / 대통령(16일 국무회의)
- "이는 특별검사 추천에 대한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여당의 권한이 없는 마지막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선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닌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보입니다.
그렇다고 야당과 유족이 물러설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이 말이 국회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끝까지 가겠다는 강경 태도입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17일)
-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최후통첩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는 결국 그동안 세월호 협상을 청와대가 뒤에서 주도했음을 스스로 밝힌 것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세월호법 처리여부에 따라 원내대표 유지가 달라지는 시한부 대표입니다.
그렇기에 더 더욱 강경태도로 나갈 게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완구 원내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의 만남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그럼 누가 나서야 할까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 비대위원장이 나서면 될까요?
김무성 대표라면 모르겠습니다.
수평적 당청 관계를 공약으로 해 대표로 선출된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에 구속되지 않고 새로운 협상안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럴 경우 김무성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는 심각한 균열이 가겠지만 말입니다.
물론 김무성 대표가 박 대통령의 이런 완고한 의지에 반하는 협상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사람은 김무성-문희상 라인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 "문희상 위원장께선 대표적인 의회 민주주의자로 평가받는 존경받는 정치지도자. 국회정상화 큰 기대된다. 제가 이 말씀 드리려고 나왔습니다."
문희상 새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지금 세월호법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야당의 내홍입니다.
집안에 일어난 큰 불을 끄느라 정신 없는 야당에 대해서 협상에 나서라 하는게 도무지 사리에 맞지 않기때문입니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위상이 흔들리는터라 협상을 진전시키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문 위원장이 당을 조속히 정상화하면 할 수록 꼬인 정국은 쉽게 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문희상 / 새정치연합 신임 비대위원장
- "야당이 잘 설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꼭 도와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이 누란지위라 할까, 백척간두라 할까…. 이런 데서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중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문 위원장은 참여정부 비서실장을 지낸 터라 문재인 의원하고는 청와대에서 같이 지낸 인연이 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저는 우리 당 형편이 아주 어렵지만 그렇다고 혁신을 포기하거나 누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도 여전히 혁신 비대위가 돼서 하는게 꼭 필요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그러한 혁신을 이루게 그와 함께 세월호 특별법 문제와 관련 확고한 의지 다지는 비대위가 돼야 한다는 말씀 드렸고 대체로 그런 뜻이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친노계를 대표하는 문재인 의원이 문희상 위원장을 적극 도와준다면 당 수습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것 같기도 합니다.
꼬인 정국을 가로막는 변수는 또 있습니다.
바로 최근 발생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음주폭행사건입니다.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는 대리기사 폭행 논란으로 전원 사퇴했고, 21일 새 지도부가 꾸려질 예정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리기사와 서로 싸움을 하고, 쌍방이 고소한 것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국민 눈쌀을 지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이 술 한잔 한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술로 달랜다고 누가 탓하겠습니까?
문제는 유가족들의 태도입니다.
대리기사에게 '국회의원에게 공손하지 못하다'고 나무란 것이 더 큰 논란입니다.
그분들 역시 세월호법 간담회를 위해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만났을 때 고함을 치고 그랬던 걸 기억하는지요?
▶ 인터뷰 : 김병권 / 세월호 가족 대책위원장(1차 면담)
- "김재원 수석, 그리고 정책위의장 이 양반들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앉으세요.) 유가족과 이간질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 분을 왜 옆에 앉힙니까."
유가족들의 이런 불상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거친 말과 함께 여론을 싸늘케 하고 있습니다.
새 지도부는 이런 부담감 속에 협상에 임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수사권 기소권 요구는 포기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금태섭 전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데 모든 역량을 투입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야권 내 이런 시각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새로 꾸려지는 세월호유가족 대책위는 이런 여론과 민심의 변화도 읽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그래도 지금의 꼬인 이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강대강으로 부딪히는 건 국민이 원치않습니다.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