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유경근 대변인 한 대학 강연에서 휘발성이 강한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집권 여당이 수사권과 기소권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청와대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입니다.
유 대변인은 그 근거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청와대'라는 쪽지를 써서 유가족들에게 보여줬다고 합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말로 당시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25일)
- "여당이 유가족 특별법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유경근 대변인이 대답하기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취임 후 일반인 희생자 가족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특별법에 수사권·기소권을 줄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며 종이 한 장을 꺼내 '청와대'라는 글자를 써서 보여줬다고 들었습니다. 유경근 대변인에게 요구합니다. 오늘 중으로 이러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 사과를 하십시요. 만약 오늘 중에 공식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
김무성 대표가 40여 명의 일반인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라는 쪽지를 보여줬다는 게 유경근 대변인의 말입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나 일반인 유가족들은 서로 만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유경근 대변인은 착각이었다고 시인했습니다.
유경근 대변인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유경근 / 세월호 대책위 대변인(어제)
- "일반인 희생자 만났다고 했는데 제가 착각한 거 맞다. 만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일반인 희생자 가족에겐 죄송하다. 그때 만난 분들을 저희 가족대책위였다."
그러나 유 대변인은 일반인 유가족을 만난 자리가 아니라 세월호 가족 대책위 임원을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가 분명히 '청와대'라는 쪽지를 보여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안의 본질은 김 대표가 일반인 유가족을 만난 자리냐, 세월호 대책위 임원을 만난 자리냐가 아닙니다.
정말 김 대표가 수사권 기소권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가 '청와대' 때문이라는 쪽지를 보여줬느냐 하는 점입니다.
유 대변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세월호법 협상을 청와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고, 여당은 꼭두각시일 뿐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사실이 되는 셈입니다.
거짓이라면, 유 대변인은 수없이 수평적 당·청 관계를 강조했던 김무성 대표와 여당의 명예를 크게 훼손한 게 됩니다.
그 본질에서 유 대변인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유경근 / 세월호 대책위 대변인(어제)
- "공식적인 자리 아니였다. 별도로 연락이 와서 보자고 해서 참석자는 임원 두 명과 변호사 3명 참석 내용은 확인해서 확인을 받았다. 일단 사과 표명을 하라 그러는데 어떤 부분인지 잘 모르지만, 일반인 유가족에게 사과를 드리는 것이고. 김무성 대표 만났다고 했는데 아니라고 하면 착오니깐 사과한다. 세 글자 적으며 이야기한 적 없다고 하면 그건 아니다. 정정하는 것으로 제 입장을 전하면 되겠다."
김 대표와 면담에 참석한 유가족 측 박주민 변호사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분명히 '청와대'라고 적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 측의 얘기는 또 다릅니다.
세월호 대책위 임원들을 만난 것은 맞지만, '청와대'라는 쪽지는 없었다는 겁니다.
면담은 했지만, 비서관 한 명이 동석했고 독대 자리는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대표 측은 유 대변인이 끝내 사과를 거부하면 다음 주 초 고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누구의말이 사실일까요?
<유경근 대변인 전화연결합니다.>
1. 분명히 김무성 대표가 대책위의 박주선 변호사 등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라는 쪽지를 보여줬다는 것이죠?
2. 김무성 대표 측에서는 만난 건 사실이지만, '청와대'라는 쪽지를 보여주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3. 김 대표 측에서는 사과가 없으면 다음주 고소하겠다는데 끝까지 가실 생각인가요?
4. 세월호법 협상과 관련해서 여쭙겠습니다. 유족이 진상조사위내 수사권과 기소권 요구를 양보했다는 말이 나오던데요. 사실이 아닌가요?
- 어제 기자들에게 '저희는 옛날부터 수사 기소권 진상조사위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한다 말한 적 없다. 만약 안된다면 취지 살릴 수 방안 보여달라고 했다'고 말씀 하신 것은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게 아닌가 보죠?
5.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기하는 대신 여당 몫 특검추천권을 유가족이 갖고 여당이 동의해주는 안은 어떤가요?
유경근 대변인의 말이 맞는지, 아니면 김무성 대표의 말이 맞는지는 불행히도 법정으로 갈 것 같습니다.
세월호 특별법도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완구-박영선 두 원내대표가 다시 만났지만, 9분 만에 고성을 치며 서로 등을 돌렸습니다.
<이완구-박영선 회담>
이게 막바지 진통인지, 아니면 더 큰 진통의 시작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실낱같지만 희망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절충안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2차 협상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기하는 대신 여당이 추천하는 특검을 유가족이 동의하는 것입니다.
절충안은 반대로 유가족이 특검을 추천하고 여당의 동의하는 식입니다.
결국, 특검 추천권을 유가족이 갖는 겁니다.
그러나 유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2차 협상안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습니다.
관건은 여당과 유족이 이재오 의원이나 문재인 의원이 얘기하는 수준의 절충안을 수용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2차 협상안이 여당으로서는 마지막 안이라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을 과연 설득할 수 있을까요?
야당은 과연 유족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여당은 오늘 국회 본회의를 열어 각종 민생법안을 처리할 예정입니다.
그 전에 지금 한참 벌어지는 원내대표 협상이 잘만 된다면, 그리고 오늘 귀국하는 박 대통령과 유족이 동의만 해준다면 국회는 곧바로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이제 국회는 세월호법 진상규명과 민생 경제 살리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희망을 국민에게 보여줄 차례입니다.
더 늦으면 정말 국회를 해산하자는 봇물이 터질지도 모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