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쓰는 게 여론조사입니다.
꼭 맞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주 국정 수행 지지율은 전주보다 2.8%포인트 하락한 47.5%로 나타났습니다.
10월 넷째주에 50.3%로 2주만에 50%를 넘어섰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50% 미만으로 낮아졌습니다.
서울, 대전·충청·세종, 강원 지역, 20대·40대, 진보와 중도성향 유권자 층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정당별로는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이 지난주에 비해 21.8%, 새누리당이 41.8%를 기록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은 9월 넷째주 이후 5주 연속 늘어난 반면, 새누리당은 10월 첫째주 이후 줄곧 하락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뭘까요?
리얼미터는 최근 일어난 여러 현안들이 집권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합니다.
우선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남남 갈등과 남북고위급 접촉 무산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사실상 무산됐다고 통일부는 발표했습니다.
▶ 인터뷰 : 임병철 / 통일부 대변인(11월2일)
-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북한은 일방적이고 위협적인 주장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하며, 소위 그들의 최고 존엄만을 생각하는 비이성적인 행태가…."
북한은 다시 연일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비난을 퍼붓었었습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2일)
- "삐라살포 놀음의 주범은 괴뢰당국이며 그 배후 주모자는 박근혜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남북 관계는 다시 급격히 얼어붙고 있습니다.
북한 3인방의 깜짝 방문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북 관계 개선은 다시 얼어붙었고, 이는 진보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실망케 했을 법합니다.
이 어부지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져갔다고 해야 할까요?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늘)
- "북한 당국은 조건 걸지 말고 먼저 마주하며 대화로 문제 풀어주는 자세 가져주길 바란다. 북한 당국이 요구하는 조건까지 대화의제 삼으면 될 일이다. 우리정부 대북전단 살포 방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로 인한 공약파기 논란도 집권 여당에는 불리하게 작용했을 겁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사과할 뜻이 없어보입니다.
지난달 28일 시사마이크에 출연했던 하태경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하태경 / 새누리당 의원(10월28일 시사마이크)
- "저는 당시 안보팀 깊숙이 일을 안해서 왜 그 공약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는데, 표를 의식했을 수도 있고 또 생각이 짧았을 수도 있고, 저는 노무현 대통령 때 한것이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이것을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께 설명해야 한다."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 논란도 집권 여당에 좋은 호재는 아닙니다.
지난 주말 12만 명의 공무원들이 모여 여당이 발의한 공무원 연급법 개정안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 인터뷰 : 공무원(11월1일)
- "공적기금 파탄 낸 주범이 누구입니까. 그 주범이 그동안의 정권이었고…."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들의 조직적 저항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연금 문제를 개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 박근혜 / 대통령(10월28일 국무회의)
- "이제라도 사회적 중지를 모아서 국가와 다음 세대를 위해 슬기롭게 풀어가야만 합니다. 정부는 금년 내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랍니다."
공무원과 공무원의 수장인 박 대통령의 강대강 충돌이 불가피해보입니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와 복귀도 새누리당 지지율에 그다지 좋게 작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오늘 김태호 의원에 대해 최고위원직 복귀를 만장일치로 공식요청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오늘)
- "김태호 최고위원도 민생경제 입법처리를 최고위원직에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으니 속히 돌아와서 당에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
"
김 최고위원이 이 요청을 받아들여 최고위원직에 복귀한다면 국민 눈에는 쇼로 비쳐지지 않을까요?
이밖에 여야 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개헌 문제도 집권 여당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이런 악재들만 놓고 보면 당분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급반등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악재를 잘 풀어내면 호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늘 이렇게 악재를 호재로 바꿔가면 국정을 이끄는 법입니다.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