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선거를 보면 여당은 2040세대의 표심을, 그리고 야당은 6070세대의 표심을 잡아야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그 표심을 잡기 위한 여야의 표심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다. 투표일에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노심'은 요동쳤고, 결국 정 의장은 노인들에게 무릎을 끓고 사과해야했습니다.
▶ 인터뷰 : 정동영 / 2004년 17대 총선 당시
- "먼저,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이 말은 정동영 고문을 두고 두고 괴롭혔습니다.
최근 설훈 의원의 '70세 은퇴'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왔지만, 설훈 의원은 끝내 사과를 거부했습니다.
▶ 인터뷰 : 설훈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시사마이크)
- "우리사회의 정년제도를 두고 있지 않습니까, 교사는 62세 교수는 65세까지고 개신교 목사도 70세에는 은퇴하게 돼 있습니다. 이런 정년제도를 두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공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70세 이전에는 은퇴하라는 것이 우리사회 상식입니다. 그런데 상식에 비춰서 말을 했는데 그게 어떻게 노인 폄하하고 상관이 있고 어떻게 틀린 이야기가 됩니까"
그러나 '노심'은 이미 흔들렸고 격앙돼 있었습니다.
당장 선거는 없지만, 노심의 분노가 그대로 남아있다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때 분명 드러날 겁니다.
이 노심을 잡지 않으면 새정치연합이 정권을 가져오는 것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 한 언론보도를 보면, 새정치민주연합 산하의 민주정책연구원은 '100세 사회 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심 잡기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1차적으로 70세로 정년을 연장하고, 기대 수명연장에 따라 정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1.3세입니다.
정년이 70세 이상으로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민주정책연구원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 대부분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논거를 내세웠습니다.
70세가 넘으면 판단력이 떨어지는 만큼 공직을 맡아서는 안된다는 설훈 의원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대목입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00년 전체 인구의 7.2%에서 2030년에는 24.3%로 늘게 됩니다.
노심을 잡지 않고서는 선거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새정치민주연합이 받아들인 셈입니다.
야당에는 노심이 중요하다면, 여당에는 2040세대의 영심이 중요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신혼 부부 집 한 채' 포럼을 발족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새누리당이 화들짝 놀라 강한 역공에 나선 기저에는 이런 2040세대의 표심을 자칫 뺏길까 하는 우려도 깔려 있을 겁니다.
김무성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11월 14일 서울시당 연수)
- "야당의 어느 의원이 신혼부부에게 집한채 주겠다라는 공약이 지켜질수 있는 공약이라고 생각합니까? 국민 속여도 되겠습니까 여러분? (안됩니다) 하게되면 우리는 편안하게 살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후세들, 우리 자식들 손자들이 빚을 다 갚아야된다."
새누리당이 이 공약이 재원마련도 없는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하다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2040표심을 잡기 위한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겁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신혼집 이슈를 선점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역풍을 맞는 처지가 됐습니다.
당 차원에서 포럼을 출범시키고, 강경 대응에 나선 것도 이대로 새누리당 공세에 끌려가다가는 자칫 2040세대의 마음에 상처만 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일 겁니다.
▶ 인터뷰 : 문희상 /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17일)
- "무상으로 주자는 것도 아닐뿐더러 임대주택을 늘리자는 것인데, 새누리당은 무상단어 덧씌워서 매도하고 있다. 무상의 무 한 자도 나오지 않은 것을 알면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
두 정책에 대한 연령대별 여론조사는 없어 노인들과 신혼부부들이 양당의 표심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에서 연령대별 표심을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60세 이상의 79%, 50대의 60%가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40대 이하에선 절반 이상이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6070 노심은 여당에, 그리고 2040 영심은 여전히 야당에 조금 더 우호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직 선거는 2년, 3년이 남았지만, 표심 전쟁은 벌써 시작됐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한국갤럽. 11월 11~13일 사흘 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휴대전화 임의번호걸기(RDD) 조사원 인터뷰 방식. 총응답자 수는 1002명(응답률 1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