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에 비치는 대통령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대통령 역시 필요에 따라 여러 화법과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떨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규제혁명을 말하며 '단두대'를 언급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25일 국무회의)
- "저는 앞으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 등 국민 안전과 생명에 관련없는 핵심 규제들을 중심으로 부처가 그 존재 이유를 명확히 소명하지 못하면 일괄 폐지하는 '규제 기요틴(단두대)'을 확대해 '규제혁명'을 이룰 것이다."
단두대는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이 살아있는 사람의 목을 순식간에 치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극형인데, 그만큼 박 대통령은 규제를 한번에 일소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규제 개혁은 연일 대통령이 강조하는 바입니다.
이전에는 암덩어리라고도 했지만, 공무원들이 복지부동이었는지 단두대라고 더 센 표현을 꺼냈나 봅니다.
▶ 박근혜 대통령(3월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처부술 원수, 암덩어리이다."
박 대통령의 단호한 화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언급하며 지난 2월에는 진돗개 얘기를 꺼냈습니다.
▶ 박근혜 / 대통령 (2월 5일 국무회의)
-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해요. 저는 우리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 진돗개처럼 물어뜯으라는 뜻입니다.
불타는 애국심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말도 자주했습니다.
▶ 박근혜 / 대통령 (3월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
- "불타는 애국심,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달라. 절대로 대한민국이 여기서 주저앉아서는 안된다. 대통령부터 여러분 모두가 이 책임을 맡은 운명을 타고 났다."
오늘은 창조경제에 대해 단호한 화법을 썼습니다.
▶ 박근혜 / 대통령 (오늘 2014 창조경제박람회)
- "일각에서는 창조경제가 모호하다 방향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것은 창조경제에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 이야기이다.두려워 말고 (창조경제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박 대통령의 화법은 이처럼 때로는 단호하게, 또 듣기에 따라 무섭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은 강한 화법만 쓰는 건 아닙니다.
지난 대선때 말춤을 추던 박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대선 전 당시 박근혜 후보가 카카오톡을 통해 지인들에게 보낸 이 사진은 그저 평범한 주부를 연상케 합니다.
취임 후에는 농협 하나로 클럽을 방문해 직접 물건을 구매했는데, 이때 꺼낸 4천원 짜리 지갑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2013년 3월13일)
전통시장을 찾아 떡이나 튀김을 먹는 모습도 인간적입니다.
▶ 박근혜 / 대통령 (2014년 9월5일 동대문 전통시장 방문)
"(간판이) '떡향기'인데, '인심 좋은 떡향기'라고 이렇게 앞에다 붙이셔야 되겠어요."
▶ 박근혜 / 대통령(2013년 9월24일 인천부평시장)
- "앞으로 좀 더 잘되시길 바랍니다. 말씀 들으니까 기분이 좋아요."
▶상인 : 직접 뵈니까 더 미인이시네요.
어제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하나로 생활 탁구 동호인들과 함께 탁구를 쳤습니다.
▶ 박근혜 / 대통령
- "오랫동안 (탁구를) 못 해서 감각이 떨어졌을 거예요."
1978년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대통령가족행사' 때 탁구 치는 모습과 비교하니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긴 하네요.
대통령은 어제 체조와 에어로빅을 결합한 늘품 체조를 하기도 했는데요.
▶ 박근혜 / 대통령
- "테니스도 치고 운동도 하고 그랬던 생각이 납니다. 그 덕분인지 지금도 여러 가지 업무가 고된 일들이 많아도…."
강한 화법의 박근혜 대통령과 부드러운 이미지의 박근혜 대통령.
어느 게 진짜 박 대통령의 모습이냐를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대통령의 화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이렇게 어느 한 단면만을 놓고 평가하기는 불가능한가 봅니다.
이런 모습도, 저런 모습도 다 갖춰야만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고, 그래야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나 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