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안 막바지 샅바싸움 속 숨가빴던 하루

여야는 28일 내년도 예산안 협상안 처리와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합의를 타결하기까지 긴박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전날까지 누리과정 예산 증액분 국고지원, 담뱃세 인상, 법인세 감세 철회 등을두고 극한의 대립을 보이던 여야는 이날 오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원내대표단 회동을 진행했습니다.
　
오전 10시 국회내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실에서 만난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의 얼굴에서는 긴장감이 역력히 묻어났습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우리(여당)가 야당 대표실을 찾아왔다. 모양새가 좋다"고 농담을 건넸으나 우윤근 원내대표는 웃으면서도 "성과를 내야지 찾아오기만하면 (뭐하나)" 되받아쳤습니다.
　
그러나 협상이 시작된 뒤로는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접근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의외로 조기 타결에 대한 낙관적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전 회동 종료후 기자들에게 "누리과정 예산안 문제는 충분히 합의에 이르렀다"면서 전망을 한층 밝게 했습니다.
　
오후에는 법인세와 담뱃세를 두고 의견이 충돌했지만, 양당 원내지도부는 어떻게든 합의를 해야한다는 의지를 보이며 가합의안을 만들어냈습니다.
　
새정치연합 원내 관계자는 담뱃세 인상폭에 대해 "새누리당이 2천원 인상안에서물러날 수 없다는데 어쩌겠는가"라며 협상 타결에 대한 압박감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여야의 가합의안은 막상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담뱃세 2천원 인상에 대한 비판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의원은 의총에서 "얻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미흡한 협상이라고 질타했고, 다른 의원도 "여당이 시한을 두고 압박하는 것에 너무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의총 막바지에는 무작정 버틸 수 없다는 점을 고려, 원내지도부에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가합의안을 추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여야 원내대표는 오후 4시30분 야당 원내대표실에서 최종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다만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던 협상은 야당이 담뱃세 인상폭 조정을 재차 시도하면서 막판 진통을 겪었습니다.
　
새정치연합이 여당이었던 2005년 당시 담뱃세를 1천원 올리려다가 당시 야당이었던 새누리당의 반발로 500원밖에 올리지 못했다는 것도 재조정 요구의 근거가 됐습니다.
　
대화가 길어지자 이 원내대표는 "당시에는 서민을 힘들게 하는 인상안이어서 안된다고 했지만, 뭘 모르고 막았던 것"이라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는 최종 협상장에서 1시간 가량을 지체한 후 오후 5시30분에최종 타결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원내대표는 "항상 예산을 정해진 날 통과시키지 못했는데 오늘은 정치 20년만에 가슴 뭉클한 날"이라며 "야당의 대승적 타협의 자세를 보며 저희도 야당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많은 야당의원들이 협상 미흡을 지적했음에도 원내대표단에 재량을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면서 "파행을 막고자 최선을 다했고, 이번 일을 계기로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전통이 세워졌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례적으로 발표장에서 합의문을 읽지 않고 자료배포로 대신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