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각각 내홍으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세 분류가 시작됐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과 청와대, 친박과 비박을 모두 아우르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 인터뷰 : 유승민 /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
- "콩가루 집안이 아니라 아주 찹쌀떡을 만들어서 찹쌀가루 집안을 확실하게 만들겠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십쇼. 대통령, 청와대, 또 정부와 찹쌀떡 같은 공조를 이루겠습니다."
찹쌀떡 공조를 이루겠다고 했지만, 그 말이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청와대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할 말은 하겠다는 겁니다.
지난 2011년 했던 말을 들어보면 그 뉘앙스는 더욱 확실합니다.
▶ 인터뷰 : 유승민 / 당시 한나라당 의원 (2011년)
- "박근혜 전 대표와 저와의 관계는 제가 그동안 박 대표에 대해서도 할 말을 다했고 쓴소리도 다 했던 관계고 저는 그분을, 제가 무슨 대리인이다, 하수인이다 그런 관계가 아니고…."
찹쌀떡 공조를 하기 위해서는 당과 청와대가 의소소통을 잘해야 합니다.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합니다.
청와대가 이럴 준비가 돼 있을까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천명한 것은 이제 주도권이 청와대에 있지 않다는 겁니다.
어제 생일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김무성 대표가 말한 쪽지 내용은 의미 심장합니다.
"대통령 뒤에는 백만 원군인 당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어려운 일을 당과 상의해주길 바란다."
어려운 일을 당과 상의해 달라는 말이 듣기에 따라서는 대통령 혼자 하지 마시라는 뜻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어제 백만 원군을 자청했던 김 대표는 오늘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할 말을 쏟아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오늘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
-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정치인이 인기에만 영합하면 그 나라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은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의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언급한 정치인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그렇다면, 김 대표의 말은 여전히 증세없는 복지를 강조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인기에만 영합하는, 국민을 속이는 정치인이라는 뜻일까요?
관가에서는 금기시된 '증세'라는 말을 대놓고 꺼낸 김 대표.
이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내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제 밤 당대표 경선에 나선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의 토론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가장 저질의 토론이 되고 있는 것같습니다. 참, 제가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저질 말씀하셨는데요. 내일 투표시작되는데 오늘 규정 바꿔버리는 그런 행동이 저질입니다."
▶ 인터뷰 : 이인영 /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그리고 제가 나이가 제일 어린데 두 분에게 어른 노릇을 해서 죄송합니다만 민생과 혁신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게 해 주시든가 아니면 저는 이 자리에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룰의 전쟁이라 하지만, 도를 넘은 발언들이 쏟아졌습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노무현 대통령은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문 의원이) 이렇게까지 반칙을 하면서 당 대표가 돼야 하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친노의 횡포를 국민과 당원이 심판할 것이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 "(19대 총선 공천영향력) 그때 박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공천에 참여했다. 저한테 책임을 지우면 어떻게 하느냐"
박지원 의원은 '안철수, 손학규의 심정이 이해된다', '누구 좋으라고 사퇴를 하느냐. 끝까지 간다' 등의 말을 쏟아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늘부터 권리당원과 재외국인 대의원을 대상으로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사전투표를 실시합니다.
후보들간 공방은 더 커질 겁니다.
이미 전선은 호남과 친노로 갈라진 듯 보입니다.
이희호 여사까지 박지원 의원에 가세하면서 전선은 더 명확해졌습니다.
▶ 인터뷰 : 이희호 / 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제가 당사를 방문한 것이 딱 두 번이에요. 남편이 대통령 선거를 이겼을 적에 한번 와서 직원들 수고했다고 인사했고요. 이번이 두번째 입니다. 그러니 이번에 꼭 되셔야 해요."
일각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가 하도 흥행이 되지 않으니 후보들이 일부러 거친 설전을 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일 그게 아니라면 어떡할까요?
정말 호남과 친노의 갈등의 골이 깊다면 어떻게 될까요?
선거가 끝난 뒤 문재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은 정말 계파없는 통합된 야당을 이끌 수 있을까요?
쇼도 지나치면 마음이 상하는 법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