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네거티브 전대' 후유증 우려…"힐링이 필요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권 레이스가 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가 문재인, 박지원 후보측간 사생결단식 극한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당에 깊은 내상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에다 영·호남 대표주자인 두 사람의 상징성은 전대 과정에서 전면대결로 확산됐고, 비전과 정책대결은 실종된 채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비방전이 난무했습니다.

더욱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선 룰 파동'이 불거진 상태에서 두 후보의 격차가 초박빙으로 나타나면서 문 후보의 승리가 일정부분 퇴색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 밖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조기에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면 친노(친노무현)-비노간 내분이 격화, 원심력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 대표는 당선후 기자회견에서 "계파, 계보의 기역자도 안 나오게 하겠다. 계파논란을 확실히 없애겠다"고 약속했지만, 비노 진영 내에서는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의 골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에선 "당이 쪼개질 수 있다"며 분당론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새 지도부가 차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자칫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 위기감도 비노 진영 내에서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 의원은 "마음대로 룰까지 변경하는 세력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또한 전남 출신의 주승용 의원이 최고위원 1등에 오르는 것으로 다소 상쇄는 됐지만, 호남의 맹주인 박지원 의원의 당권확보 실패로 '호남 소외론'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여서 당내 영·호남 대립이 계속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문 대표는 비노 진영을 다독이면서 호남 끌어안기에 속도를 내며 당내 통합을 이끌어내야할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가깝게는 당직 인선, 멀게는 총선 공천이 바로미터가 될 전망입니다.

문 대표는 정견발표에서 "박원순의 생활정치, 안철수의 새정치, 안희정의 분권정치, 김부겸의 전국정당 헌신 등 모두가 함께 하는 '용광로 정당'을 만들겠다"며 "박지원 후보의 관록과 경륜, 이인영 후보의 젊음과 패기도 다 업고 가겠다"고 호소했습니다.

한편, 전대 후유증의 조기 치유 여부는 야권 지형 재편 문제와도 무관치 않습니다.

'국민모임'을 축으로 진보진영 새판짜기 작업이 급물살을 타는 등 여러 갈래의 신당 논의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친노-비노간 대립이 계속될 경우 내년 총선의 길목에서 야권 재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집안싸움이 계속될 경우 국민의 시선이 싸늘하게 얼어붙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내부에서 적지 않은 만큼, 일시적으로나마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당장 경쟁자였던 박 후보는 룰 파동에도 불구,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