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오늘 운명의 날을 맞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도 오늘은 무척 중요한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표결은 예정대로 진행될 듯합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오늘 반드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며 "사나이 일언 중천금(남자는 약속한 한 마디 말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이라고 했습니다.
오후 2시 정각이나 늦어도 2시30분까지는 본회의를 열어 표결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국회의장의 뜻이 이러하다면 이완구 총리 후보의 운명은 오늘 오후 2~3시 때 결정될 듯합니다.
그 운명은 어찌 될까요?
키는 집권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쥐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전체 의원수는 158석으로, 이완구 후보자 본인과 구속 수감중인 의원 두 명을 빼면 155석입니다.
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다 쳐도 이 가운데 8명이 반대한다면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인준안은 부결됩니다.
야당이 표결에 참여하면 10표가 이완구 후보자의 생살여탈권을 쥐게 됩니다.
최대 출석 가능 인원은 새누리당 155명, 새정치연합 129명, 정의당 5명, 무소속 2명 등으로 총 291명입니다.
과반은 146명으로 야당이나 무소속이 모두 반대표를 던진다고 가정하면 새누리당에서 이탈표가 10표만 생겨도 부결됩니다.
새누리당에서 반대이탈표가 나올까요?
나온다면 얼마나 나올까요?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많아야 2~3명의 이탈표를 예상합니다.
이탈표 가운데 하나는 이재오 의원이 될 것이라는 소리가 큽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의(大義)와 소리(小利)가 충돌할 때는 군자는 대의를 택하고 소인은 소리를 택한다. 정치인은 마땅히 대의를 택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새누리당내에 국민 여론을 더 중시해, 이재오 의원이 말하는 대의를 중시해 반대표를 던질 의원이 과연 있을까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유승민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원내대표단은 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해서 오늘 반드시 표결처리 될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 이상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향후 정치 행보에서 오늘은 중요한 날이 될 듯합니다.
먼저 이완구 총리 후보 인준안이 부결됐을 때를 먼저 가정해보죠.
야당 대표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겠지만, 총리를 연거푸 세 번 탈락시켰다는, 그래서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국민 여론조사'를 제안한 것도 이런 부담감을 덜려는 것일지 모릅니다.
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총리 임명문제의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는 국민 뜻이다. 대다수 국민 반대하는걸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대통령, 집권여당에 다시 간곡하게 말씀드린다.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부적격 총리 후보자 지켜보는 국민 마음 헤아려달라."
총리 낙마가 부적격자를 천거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그 후폭풍은 거칠 것입니다.
이완구 후보자가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통과시켜줬으면 하는, 우와 좌 사이에 있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표로부터 더 멀어질지 모릅니다.
문재인 대표가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효과가 사라질지 모릅니다.
문 대표가 더 신경 써야 할 사람들은 충청분들입니다.
이완구 후보자가 낙마할 때 충청민들은 야당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고 내년 총선을 맞이할 것입니다.
내년 총선 승리를 통해 대권까지 가야 할 문재인 대표로서는 충청 표심을 잃게 됩니다.
충청 민심은 이완구 후보자가 낙마했을 때 다음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표로 심판하겠다고 합니다.
충청권 일각에서는 이완구 후보자를 잠재적 대권 후보로까지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후보를 상처주고 낙마시킨다면 충청 여론이 안 좋아질 것은 뻔합니다.
캐시팅 보트를 쥔 충청 민심은 중요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으로 충청표심을 사로잡고 대권을 잡았듯이 문재인 대표도 대권 꿈을 이루뤄면 충청 민심을 잡아야 합니다.
이완구 후보자의 낙마는 그 길을 가시밭으로 만들지도 모릅니다.
지난달 28일 호남총리론을 꺼냈을 때 급히 사과한 문재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라디오 인터뷰(1월28일)
- "저는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당연히 '호남 인사'를 발탁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 신임 총리 내정자는 말하자면 또다시 '예스맨'이지 않습니까?"
▶ 인터뷰 : 문재인 /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1월28일)
- "(이완구 총리 내정자) 그분이 충청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문제로 삼은 것이 아니었고,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아시다시피 대표적인 친박 인사이고…. 만약 제 발언으로 충청분들에게 서운함을 드렸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완구 후보자 인준안이 통과돼도 걱정거리는 있습니다.
자유투표를 했는데 만일 새누리당 의원 숫자보다 더 많은 찬성표가 나오면 어떻게
새정치민주연합내 충청 의원들을 중심으로 찬성표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문 대표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잠시 뒤 표결이 이뤄질 것입니다.
총리 인준안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이완구 후보자와 문재인 대표의 정치 인생이 변화를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