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흉기 피습을 당한 뒤 닷새만에 퇴원한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43)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빨리 업무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10일 오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본관에서 퇴원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격 현장에서 용감하고 헌신적으로 도움을 준 한국과 미국인 모두와 의료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자체는 무서웠으나 걷고 이야기하고, 아기를 안아주고 아내를 포옹 할 수 있다”며 “팔은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한국어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같이 갑시다”라고 또박또박 말하면서 자신을 걱정해준 한국인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복귀와 관련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복귀하고 싶다”며 “스케줄이 가벼운 상태야 하겠지만 업무에 빨리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몸 상태에 대해 “굉장히 좋다”고 밝혔다. 또 한국어로 “동네 아저씨, 세준이 아빠”라며 “한국인들이 불러주던 대로 나는 앞으로도 동네아저씨이자 세준이 아빠로 남을 것”이라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동맹에는 “전임 대사가 그랬듯이 군사적 파트너십과 역동적 경제·정치 문제를 비롯해 양국 국민의 협력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다만 그는 자신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기종 씨(55)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어서 언급을 하기가 어렵다”고 답변을 피했다.
세브란스병원 본관 밖에는 시민 수백명이 모여 그의 퇴원을 축하했다. 리퍼트 대사는 자신을 보고 있는 이들의 박수 갈채를 바라보면서 밝은 모습으로 퇴장했다. 여기저기서 “대사님 사랑합니다” 등의 축하 인사말이 나오는 가운데 그는 대기하고 있던 수행 차량에 탑승한 뒤 창 밖으로 손을 흔들며 병원을 떠났다.
한편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김기종 씨는 검거 과정에서 부러진 발목 때문에 공교롭게도 리퍼트 대사가 퇴원한 이날 입원하게 됐다. 김씨는 3~5일 가량 입원할 예정이다.
미국대사 피습사건 수사본부는 김씨가 10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서 오른쪽 발목 복숭아뼈 골절 부위를 수술받았다고 밝혔다. 수사본부가 차려진 종로서에서 조사를 받던 김씨는 전날 오후 치료를 위해 경찰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김씨 상태를 지켜본 후 발
경찰은 구속상태를 유지하면서 병원에 경찰관들을 파견해 조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경찰은 구속 기한인 15일 전에 김씨에 대한 조사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늦어도 13일까지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백상경 기자 / 원요환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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