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회장의 죽음이 여의도를 잠 못들게 하고 있습니다.
메모지에 이름이 등장한 사람 뿐 아니라 박근혜 정권 자체의 위기라는 말까지 들립니다.
오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이완구 총리를 향한 야권의 공세가 이어졌습니다.
▶ 인터뷰 : 정청래 / 새정치연합 의원(오늘 대정부 질문)
- "다른 친분이 없다 이렇게 해명을 내놨어요. 변함없습니까? 지금도?"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오늘 대정부 질문)
- "맞습니다."
▶ 인터뷰 : 정청래 / 새정치연합 의원(오늘 대정부 질문)
- "언제 일면식 있었습니까?"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오늘 대정부 질문)
- "아마 저는 이분을 직접적으로 만난 것은 제가 15대 16대 국회의원 말인 2003~4년 쯤해서 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2000년 결성한 충청포럼에 제가 참여를 못했지요. 2004년 제가 16대 말쯤 해서 뵌 것 같아요. 2000년 충청포럼에 가입하지 않았고 2007년, 2008년은 저와 2년 동안 상당히 험한 관계가 있었고 그리고 관련이 없다가 2013년도에 우리 당과 선진당이 합당이 되가지고 그때 이후로 같이 국회의원을 1년을 2013년 작년까지 같이 했던 것 그것뿐입니다. 본인과의 관계는. 그리고 후원금 한 푼도 안 받았고. 그리고 이번 3월 22일 날 저한테 전화…."
▶ 인터뷰 : 정청래 / 새정치연합 의원(오늘 대정부 질문)
- "총리 1분 지났어요. 들어가세요. 이따 발언권 또 드리겠습니다."
이완구 총리는 성 회장이 숨진 다음 날 아침 성 회장의 지인들에게 15번이나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엇이 이른 아침 이완구 총리로 하여금 애타게 전화를 하도록 했을까요?
친박 실세로 거론되는 서청원 최고위원의 이름도 나왔습니다.
직접 조문을 갔을 정도로 성 회장과 친분이 있었고, 구명 로비도 있었습니다.
서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최고위원(4월12일)
- "(리스트가 나왔는데 리스트에서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인가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리스트와 관련해서 본인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그런 예의 없는 질문이 어디있어요?"
검찰 수사가 시작되는 곳은 홍준표 경남지사입니다.
성 회장이 돈을 준 시점과 금액, 전달자까지지목했기 때문입니다.
홍 지사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홍준표 / 경남지사 (오늘 출근길에서)
- "수사를 받아야 할 일이 있다면 수사를 받아야겠죠. (검찰에서 혹시 연락을?) 검찰에서 연락 올 일이 없어요. 불려갈일이 있으면 불려가야죠. (윤모 씨가 자금을 전달 했다는 뉘앙스로 얘길했다는데?) 글쎄요. 윤모 씨는 2010년 때 경선 때 공보특보를 했어요. 전국적으로 뛰어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해줬습니다. 저한테는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분이 어떠한 입장인지 알 길도 없고 사정이 있겠죠, 수사하면 그 내용 다 나오겠죠. (그분이 경남기업 근무를 하셨다는데?) 경남기업 근무하는 거는 2012년도에 부사장으로 근무를 하셨는데 그 당시에 공보 특보를 하면서 정치하려고 했죠. 경남기업 근무 사실은 이번에 자세히 알았습니다"
메모지에 등장한 홍문종, 유정복 의원도 마찬가지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보입니다.
홍문종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조직총괄본부장을 지냈고, 유정복 의원은 직능조직총괄본부장을 지냈습니다.
두 자리 모두 외곡에서 선거를 조직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필요한 곳입니다.
이 두 자리를 맡았던 사람들이 모두 메모지에 등장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 두 사람에 대한 수사는 2012년 박근혜 캠프에 대한 수사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캠프에 대한 수사는 필요없을까요?
당시 박근혜 캠프는 자체적으로 25억9665만 원을 충당했고, 문재인 캠프는 18억3426억 원을 조달했습니다.
여기에 어떤 돈의 흐름이 있었을까요?
새누리당은 야당도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오늘 최고위 후)
- "대선은 제가 책임을 지고 치른 선거로 제가 아는 한 어떠한 불법도 없습니다. 대선자금 조사하려면 얼마든지 하십시오. 제가 조사에 응하겠습니다. 그리고 대선자금은 여야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야당도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얼토당토한 소리라고 반박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연합 대표 (오늘 인터뷰)
- "나도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거예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에 대선자금을 제공했다고 했나요? 엉뚱한 소리야. 사면은 법무부의 업무인데, 예를 들면 사면(과정)에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한다면 수사 대상이 돼야죠. 그런 일이 없잖아요. 왜 그렇게 못된 버릇들이죠? 새누리당은 전원이 다 석고대죄해야 해요. 자꾸 남탓 하고 언제까지 그렇게 할겁니까. 그렇게 해서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문 대표는 야권에 대한 수사를 일축하면서, 메모지에 등장한 여권 인사들이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도 자리를 내놓으라는 뜻입니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정권을 내놓으라는 것이라며, 아직 어떤 근거도 없는데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반면 문재인 대표의 과거 행적을 문제삼고 나섰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참여정부 당시 성완종 회장이 두 번의 특별사면을 받을 때 민정수석과 청와대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의혹을 받고 있기에 문재인 대표 역시 수사선상에 올라야 할까요?
성완종 회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친분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꼼꼼한 성격이라 비밀장부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돕니다.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명확한 물증이 추가로 나오지 않는 한 이 사건은 그저 시간끌기만 하다
검찰이 어떤 의지가 있느냐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늘 그랬듯이, 세상은 우리가 알고 싶다고 해서 곧바로 진실을 드러내지는 않는 법입니다.
드러난 실체보다, 덮여진 진실이 더 많은 세상입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