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특정한 날을 기억하는 것은 누군가에는 지독한 고통이고, 어떤 이에는 기쁜 일입니다.
2014년 4월16일과 2013년 4월4일은 아마도 전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년 전 오늘, 우리는 생방송 TV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습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특보 화면>
▶ 인터뷰 : 세월호 희생자 故 김동협 군
- "나 무섭다 진짜 이거 어떡하냐? 나 무서워…. 아 나 살고싶어 진짜."
▶ 인터뷰 : 세월호 침몰 당시 故박수현 군 촬영
- "내 동생 어떡하지. 내 동생만은 절대 수학여행 가지 말라고 해야겠다. "
▶ 인터뷰 : 세월호 침몰 당시 故박수현 군 촬영
-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둘 다 사랑해."
▶ 인터뷰 : 세월호 침몰 당시 故박예슬 양 촬영
- "힘들어! 살려줘! 다리 아파. 살려줘! 수희! 수희! 어떡해 나 너무 무서워! (기내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구명동의를 착용하신 승객께서는 현재 구명동의 내에 끈이 제대로 묶여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셔서 잘 묶으시길 바랍니다.) 와 바다로 뛰어내린다! 엄마 정말 미안해 아빠도 미안하고. 살건데 뭔 X소리야. 살아서 보자."
▶ 인터뷰 : 세월호 침몰 당시 스마트폰 촬영
- "누가 창문을 깼나봐요! 슬라이드로! 미끄럼틀로 내려간대요!"
▶ 인터뷰 : 세월호 유가족 (팽목항에서)
- "대한민국이 이것밖에 못 해주내고! 국민이 300명이 저기 있다는데! 빨리 나오라고 당장!"
그 생생했던 기억이 오늘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유가족 207명은 어제 페리를 타고 사고 현장을 찾아 실종자 이름을 하나 하나 일일이 부르며 오열했습니다.
살풀이와 위령제가 진행됐지만, 그 슬픔과 한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 인터뷰 : 세월호 유족(4월15일 어제)
- "아들아 너무 보고 싶다"
한 아버지는 혼자 살아있는 게 딸에게 미안하다며 바다로 투신까지 시도했습니다.
슬픔은 분노로 바뀌기도 합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진도항을 찾았지만, 쫓겨났습니다.
▶ 인터뷰 : 세월호유가족
- "유승민 돌아가라, 유승민 돌아가라, 유승민 돌아가라"
이완구 총리도 오늘 아침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았지만 유족들의 항의에 끝내 조문을 하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
- "(세월호) 유가족들의 바람, 요구, 아픔을 다 담아서 절차와 방법이 대단히 잘 지켜지는 가운데 그리고 국민적 여망, 바람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를 해서 나중에 후회 없는 또 여러가지가 다 반영된 결론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오늘 출국에 앞서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
- "얼마 전 세월호 선체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이제 선체 인양을 진지하게 준비해야 할 때"라며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
아직 찾지 못한 9명을 포함해 총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
세월호 사고는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세월호는 이제 잊혀진 망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정부도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1년 전과 같지 않아보입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변한 게 없습니다.
세월호 사고 발생 1년 전인 2013년 4월 역시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러운 날입니다.
바로 이완구 총리입니다.
2013년 4월4일,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당시 이완구 후보의 부여 선거 사무실에서 성완종 전 회장이 이완구 총리를 독대하고 비타음료를 전달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비타음료에는 음료수 대신 돈 3천만 원이 들어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돕니다.
▶ 인터뷰 : 성완종 / 전 경남기업 회장(경향신문 전화통화)
- "선거사무소 가서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이 양반(이완구 총리)한테도 3천만 원 주고…."
▶ 인터뷰 : 여 모 씨 / 성완종 전 회장 운전기사
- "(비타민음료 박스 보셨어요?) 그때 가지고 있는 건 봤지. 하여튼 우리 차에 가지고 있었고…."
▶ 인터뷰 : 여 모 씨 / 성완종 전 회장 운전기사
- "그리고 그때는 따로 (수행 직원) 하나가 따라갔으니까 아마 그 친구가 아마 (음료박스를) 올렸겠지."
노컷뉴스 보도를 보면, 이완구 총리의 전 운전기사 A씨는 “홍성에서 큰 행사(충남도청 개청식)가 끝나고 부여에 있는 선거사무실로 바로 운전해 왔었다. 도착한 뒤 사무실에 올라갔는데 성완종 의원과 함께온 비서가 있었다. 비서와 사무실에서 얘기를 나눴던 것이 기억이 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성완종 회장과 같이 온 비서에게 "우리는 의원님이라 부르는데, 회장님이라고 부르더라, 왜 그러냐 물었더니 우리는 원래 회장님이라 한다고 해서 기억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A씨 기억이 맞다면, 성 회장과 이 총리는 4월4일 만난 것입니다.
그러나 이완구 총리는 이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독대는 없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
- "첫날이 의미가 있는 날이기 때문에 여러 분과 행사를 하고 그런 사실이 있습니다. "
▶ 인터뷰 : 이완구 / 국무총리
- "국회의원 등록 첫 날인데 수많은 분들이 40~50 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4월4일 성완종 회장을 선거사무소에서 본 적이 없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 인터뷰 : 홍성현 / 충남도의원
- "저는 그날 성완종 전 의원을 본 적도 없고 회장을 본 적도 없고 이완구 지사도 그날은 못 만나고 왔어요."
▶ 인터뷰 : 당시 취재기자
- "정확하게 제가 알고 있기엔 안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 성완종 회장은 못 보셨다는 거죠?) 저희가 있는 동안 약 3시부터 5시 반까지는 오시지 않았어요."
4월4일 성완종 회장이 선거사무소를 찾아가 돈3천만 원을 전달하고 왔는지는 검찰이 수사로 밝혀야 할 몫입니다.
아마도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면 금방 진실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세월호는 여전히 바닷속에 가라 앉아 있고, 그 진상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2013년 4월4일 3천만 원 전달 사건도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돈을 줬다는 측과 받지 않았다는 측의
세월호 진상규명과 3천만 원 사건 가운데 어떤 것이 진실을 밝히기 더 쉬울까요?
마음만 먹으면 금방 밝혀질 일지만, 그렇지 않다면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