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성완종 파문을 '친박 게이트'로 규정했습니다.
성 전 회장이 여야를 넘나든 마당발 인맥이었지만, 지극히 여권 친박들만의 문제로 좁혀버린 겁니다.
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최근 벌어진 친박 게이트는, 새누리당이 아직도 부패와의 유착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한 사람의 죽음으로 드러낸 사건입니다."
'성완종 게이트'가 아닌 '친박 게이트'로 사건을 규정지으면서 검찰 수사의 타깃을 명확히하려는 의도로 엿보입니다.
문 대표는 또한 큰 뇌관을 건드렸습니다.
지난 2012년 대선 자금 얘기를 공식적으로 꺼낸 겁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대통령 측근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이든 박근혜 대선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의혹이든 누가 돈을 받았고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 밝히는 게 핵심입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박근혜 캠프가 불법대선자금의 검은 사슬에서 헤어나지 못했음을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는 지난 대선 당시 당 조직본부장을 지낸 홍문종 의원과 직능총괄본부장을 지낸 유정복 인천시장의 이름이 있기 때문에 대선자금 수사는 어쩌면 불가피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아직 대선 자금과 관련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데 당시 야당 대선후보였던 문 대표가 이런 얘기를 한 것은 어쩌면 수사 확대를 요구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문 대표 자신의 2012년 대선자금까지 조사하라는 요청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여권의 대선자금만 수사하는 것을 지켜보지는 않을테니 말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4월13일)
- "대선자금 조사하려면 얼마든지 하십시오. 제가 그 조사에 응하겠습니다. 그리고 대선자금은 여야가 있는 겁니다. 야당도 같이 조사받아야 합니다."
검찰은 여야 모두의 대선자금까지 수사를 확대할까요?
공교롭게도 검찰에서는 호남 지역에 기반을 둔 중흥건설의 정모 사장이 회삿돈 200억 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정 사장은 정계에도 발이 넓은 것으로 알려져 혹 횡령한 회삿돈을 호남 지역 의원들에게 불법 자금으로 준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치인들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문 대표의 주장으로 물은 엎질러졌으니, 검찰의 태도를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문 대표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이병기 비서실장에 대해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황교안 법무장관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도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습니다.
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의혹 당사자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현직에 있어선 진실을 밝힐 수 없습니다. 또한 법무부 장관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수사에 관여해도 진실을 밝힐 수 없습니다. 의혹 당사자들은 스스로 물러나 수사를 받게 해야 합니다.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도 수사에서 손 떼야 합니다."
어쩌면 문 대표 말처럼 이들이 물러나거나 수사에서 손을 떼야 국민은 검찰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문 대표는 다분히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공세를 펼친 걸까요?
이 공세는 제법 오래갈 것 같습니다.
문 대표는 이와 함께 특검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궁금했던 것, 바로 성완종 전 회장의 두 차례 사면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명이 명쾌하지 않았습니다.
문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야당을 상대로 물귀신 작전이나 펼쳐선 안 됩니다. 사면을 두고 정쟁을 유발하지 않길 바랍니다. 단언컨대 참여정부 청와대엔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 다룬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참여정부에서는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을 다룬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말로 모든 것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의혹이 있다면 그 의혹을 충분히 풀어야 합니다.
MB 정부 인수위에서 사면을 요구했다는 주장을 했다면, 누가 요구한 것인지, 그리고 그 요구를 왜 들어준 것인지 밝혀야 합니다.
오늘 문 대표의 답변은 충분치 못했습니다.
문 대표가 비서실장으로 있던 2007년 12월12일 청와대가 성 전 회장을 사면대상에 포함시키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는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의 말에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새누리당이 사면을 가지고 저를 타깃으로 그렇게 상정을 하고 있다면 저는 오히려 새누리당이 그 부메랑에 맞을 것이라고 경고를 합니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체이탈 화법을 자주 쓴다고 비판해왔습니다.
선거자금이 필요하다는 참모의 말에 박 대통령은 '돈이 왜 필요하죠?'라고 했다는 말도 그렇고, 인사참사가 났을 때 마치 다른 사람들 문제인 것처럼 얘기한 것을 꼬집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의혹을 받고 있다면, 오늘 그 사면과정에 대해 소상히 밝혔어야 합니다.
아쉬운 대목입니다.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