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유의 ‘공포정치’가 날로 강도를 더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13일 북한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은 제 1위원장에 대한 ‘불경죄’로 숙청됐다고 밝혔다. 현 무력무장은 평양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주민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공개처형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북한의 이번 처형이 문명국가에서 흔히 쓰이지 않는 잔혹한 방식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현 무력부장을 처형할 때 사용한 고사총은 사람을 직접 겨냥해 발사하는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사총은 주로 저공비행하는 항공기나 헬기를 요격하는 데 쓰이는 대공 무기로, 구경 14.5㎜에 분당 1200발을 발사할 수 있다. 이 같은 고사포로 현 무력부장을 공개 처형했다는 것은 잔혹함을 극대화해 공포를 유발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현 무력부장과 같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불경’과 ‘불충’을 저지른다면 누구든 처참한 죽음을 맞을 것이라고 모든 주민에게 경고한 셈이다.
이밖에 김정은 정권의 핵심 실세로 통하던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변인선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한광상 노동당 재정경리부장 등 간부들도 숙청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제1위원장이 공포정치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달 말에도 김 제1위원장이 올해 들어 내각 임업성 부상을 포함해 고위 간부 15명을 처형했다고 밝혔다.
음란 동영상 추문에 휘말렸던 은하수 관현악단도 총감독을 비롯한 4명이 지난 3월 간첩 혐의로 총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보아 김정은 정권의 2인자로 군림하다가 2013년 12월 처형된 장성택도 잔인한 방식으로 처형됐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장성택의 입과 손등에는 멍으로 보이는 상처가 포착돼 그가 조사 과정에서 구타당했을 것으로 관측됐다. 당시 장성택이 화염방사기로 처형됐다는 설도 돌았으며, 일부 외신은 장성택이 굶주린 사냥개들에 물어 뜯겨 숨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간부들을 처형하는 방식뿐 아니라 처형의 사유도 공포정치의 전형적인 형태다.
국정원이 밝힌 현영철의 처형 사유는 김 제1위원장에 대한 불만 표출, 지시 불이행, 공개석상의 졸음 등이다.
‘체제 전복 기도’와 같이 엄중한 사유와는 거리가 먼 것들을 문제 삼아 처형한 것은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지극히 사소한 ‘불충’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공포정치가 점차 심화되는 이유로, 김 제 1위원장은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달리 충분한 준비 없이 미숙한 어린 나이에 최고지도자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간부와 주민들의 자발적인 충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극도의 잔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공포정치가 반체제적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국정원도 이날 북한의 간부들 사이에서 김 제1위원장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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