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탄저균같은 감염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관리하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주한미군 탄저균 배달사고, 메르스 발생 등으로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1월 8일 국회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고위험병원체 반입허가 요건의 규정 및 인수신고 의무폐지’ 부분이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법에서 ‘고위험병원체’는 생물테러의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사고 등에 의해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감염병병원체로 정의하고 있다. 고위험병원체 종류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돼있고, 현재 시행규칙에 35종의 세균, 바이러스가 규정돼 있다.
35종에는 페스트균, 에볼라바이러스 외에도 탄저균,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사스) 코로나 바이러스 등이 포함돼 있다. 메르스 역시 사스와 마찬가지로 변종된 코로나 바이러스(Corona Virus)의 일종이다. 한 대학병원 의사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메르스가 최근에 발견된 병이라 아직 포함되지 않았을 뿐 사스나 메르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며 “메르스와 사스는 큰 틀에서는 같은 종(種)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 제도는 감염병 진단이나 학술 연구 목적으로 고위험 병원체를 국내로 반입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 반입허가를 받은 사람이 고위험병원체를 인수해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경우 이동 계획 등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하게 돼있다. 그런데 정부는 고위험병원체를 이동할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제도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도 검토보서를 통해 “고위험병원체의 경우 반입 후 인수 및 관리장소로 이동 중 사고 등으로 유출될 경우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엄격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며 “삭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국회 관계자는 “이 법률안은 현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에 발맞춰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규제를 풀 경우 자칫 사람의 실수로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번 내용이 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법률안에는 총10개의 개정 내용이 담겨 있고, 국회 검토 과정에서 고위험병원체 의무신고 폐지 부분을 제외하고 모두 바람직한 개정 방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법률안 앞부분에 소개하는 주요 내용에 예방접종 관련 전산 정보 제공, 소독업자의 재개업 신고의무 폐지 등 이견이 없는 것만 적었을 뿐 의무신고 폐지 내용은 빠져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바이러스나 백신을 연구하는 바이오
개정안은 지난달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향후 여야 논의과정에서 감염병의 노출 위험성을 높힌 개정안의 통과여부를 놓고 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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