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원자력협정 정식 서명, 이례적 요소 다수 포함해…韓원자력정책 변화 가져올 듯
↑ 한미원자력협정 정식 서명/사진=MBN |
한미 양국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정식 서명하는 새 원자력협정은 미국이 그간 다른 나라들과 맺은 원자력협정에 비해 이례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새 원자력협정이 앞으로 미국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원자력 연구 및 정책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입니다.
미국산 우라늄의 20% 미만 저농축과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의 향후 '추진 경로'(pathway)를 마련한 것이 새 협정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미국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국가와의 원자력협정에 넣은 농축·재처리 포기 조항,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는 이번 협정에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추진경로의 핵심 장치는 이번 협정을 통해 신설되는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과 우리 외교부 차관 간 고위급 상설 협의체(고위급위원회)로, 미국이 종전 체결한 원자력협정에 없는 이례적인 요소입니다.
고위급위원회에서 협의한 내용을 한미가 합의하면 한국이 우라늄 저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튼 것입니다.
다만 새 협정에는 우리가 저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 활동을 할 수 있는 일정한 기준과 절차도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전 연료 공급을 위한 우라늄 저농축에 대해서는 핵비확산성과 기술적 타당성·경제성 등과 관련한 여건을 충족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가 장기적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안으로 검토하는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서는 오는 2020년까지 진행될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하는 특정 연구·개발 활동에 대해 제약이 대폭 완화된 점도 눈에 띕니다.
현행협정 체제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잘라서 분석하는 등 이른바 형상·내용 변경을 할 때마다 건건이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보유한 시설에서 일부 활동은 자유롭게 수행할 '장기동의'를 확보한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게 된 연구·개발 공정은 사용후 핵연료의 조사(照射)후시험과 파이로프로세싱의 첫 단계인 전해환원으로, 사용후 핵연료의 안정적 관리 방안 모색에 직결된 공정이라고 평가됩니다.
원전 수출 원활화를 위해 실질적으로 제약을 해소한 부분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들여온 원자력 부품이나 장비를 우리 업체가 가공해 제3국에 재수출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대상국이 한미 모두와 원자력협정을 체결했다면 미국으로부터 건건이 동의를 받지 않아도 우리가 자유롭게 재수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울러 암 진단에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몰리브덴 99'를 지금까지는 전량 수입해 왔지만, 앞으로는 미국산 우라늄을 사용해 국내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된 점도 의미있는 부분입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새 원자력협정은 미국의 비확산정책 틀 안에서도 우리 원자력정책에 앞으로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이런 이례적인 구조의 협정을 한국과 체결하는 데 동의한 것은 우리나라의 높아진 원전 산업 위상을 존중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
그러나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인데다 저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 추진에 이르기 위한 '기준과 절차'가 실제로는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협정문 상으로 우리에게 허용된 자율성이 앞으로 실제 현실에서 얼마나 확보될지는 현 단계에서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