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찾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아베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이 30여 년 전인 1984년 방한했을 당시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깜짝’ 선물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아베 총리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한국 말로 ‘감사합니다’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번 만남은 22일 오전 11시15분, 도쿄 나가다쵸 총리 관저에서 이뤄졌다. 윤 장관으로서는 첫 도쿄 방문이기도 했다. 윤 장관과 아베 총리의 면담은 당초 예정했던 15분을 훌쩍 넘겨 25분 가까이 이어지며 덕담이 오갔다.
아베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양국간에 과제가 있는 만큼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이 중요하다”며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또 “양국 국민과 미래세대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아베 총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하며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표시했다.
윤 장관은 아베 총리에게 “양국이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교류를 통해 관계를 발전시켜 왔듯이, 향후 당면한 현안들을 잘 해결해 올해 한일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는 박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베 총리도 박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에 대해 사의를 표하며 “양국간 노력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며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아베 총리는 이날 양국 정상이 서울과 도쿄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윤 장관은 아베 총리에게 ”일본 근대산업유산군의 세계 유산 등재 문제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군 위안부 등 다른 현안을 풀어가는 데도 기여하기를 바란다“며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 발전에 기여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는 한일 위안부 협상 실무대표인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 국장과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비롯해 유흥수 주일대사, 가네하라 노부가쓰 내각관방 부장관보 등이 배석했다.
한편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이날 오후 청와대를 찾아 아베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누카가 회장을 통해 한·일 양국 국민과 미래 세대를 위해 양국 관계를 개선 발전시키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뒤로 하고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로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양국의 국교 정상화를 축하하고 새로운 한·일 관계를 열어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접견에는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배석했으며 벳쇼 주한 일본대사도 자리에 함께
외교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쿄에서 각각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접견하며 수교 50주년을 맞아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평가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김선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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