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둘째 형인 노건평 씨가 오늘 오전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노 씨가 검찰에 소환되기는 벌써 4번째입니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말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의 특별사면을 청탁받았다는 혐의입니다.
당시 경남기업 임원이던 김 모씨가 성 전 회장의 부탁을 전달하기 위해 건평 씨의 자택을 수 차례 찾아갔던 것으로 검찰 조사 드러났습니다.
김 씨는 건평 씨와 같은 지역 출신이고,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건평 씨와는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 친하다고 자랑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성 전 회장이 이런 인연을 이용해 참여정부에 사면 로비를 했을까요?
건평 씨는 김 씨와 만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김 씨가 찾아와 여러 차례 사면을 부탁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건평 씨의 말이 맞는 걸까요?
어쨌든 성 전회장은 그 다음해인 2008년 1월 사면을 받았고, 누가 그를 사면시켜줬는지는 오리무중입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라는 말도 있고, 노무현 정부라는 말도 있지만 진실을 아는 성 전 회장은 고인이 된 지 오래입니다.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건평 씨의 이름이 또 다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비극적 죽음을 맞았던 노 전 대통령에게 어떻게 비칠까요?
살아계셨다면 형님에게 뭐라 했을까요?
아니면 청탁을 시도한 성 전 회장에게 분노했을까요?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1년 뒤인 2004년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건평 씨를 찾아가 인사청탁을 한 것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대놓고 질책한 바 있습니다.
대학도 나오고 배우신 분들이 왜 시골에 있는 촌부를 찾아가 청탁을 하느냐는 겁니다.
TV로 이를 지켜봤던 남 전 사장은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건평 씨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건평 씨가 자숙한 건 아닙니다.
2006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 개입해 청탁과 금품 수수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억원의 선고를 받았습니다.
2012년에는 브로커와 짜고 통영의 공유수면 매립면허 취득과정에 개입해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받는 방식으로 13억 5천만 원의 이득을 취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전례들 때문에 성 전 회장의 청탁을 거절했다는 건평 씨의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건평 씨로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자업자득이니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건평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시 공부를 할 때 아기 우윳값까지 대주며 뒤를 책임진 형입니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이 건평 씨를 많이 따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다시 건평 시의 일생을 망칠지 어찌 알았을까요?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 얘기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물타기용으로 제기됐든 아니든 건평 씨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는 것을 노 전 대통령은 통곡하고 있을 겁니다.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런 검찰의 사법적 행위는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게 야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야권은 지금 집안 싸움하느라 대응할 능력이 없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오늘 신임 사무총장에 최재성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박지원 의원 등 비노계가 그토록 반대했지만 결국 강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연합 대표
- "잘하실 겁니다. (당장 이종걸 원내대표가 회의에 불참했는데?) 그것도 잘 될 거고요."
그러나 이종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까지 불참하며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 인터뷰 : 이종걸 /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 "분열로 나가려고 하는 우리 정치에 대해서 저는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 최고위원회의는 나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친노계와 비노계도 극명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 인터뷰 : 노영민 / 새정치연합 의원
-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기다려 보자…."
▶ 인터뷰(☎) : 전해철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기본적으로 당 대표의 인사권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 인터뷰 : 박지원 / 새정치연합 의원
- "완전히 한 계파가 독식한 인사에 대해서 심한 우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정치적 동지들과 여러 가지를 상의해 나가겠습니다."
▶ 인터뷰 : 주승용 / 새정치연합 의원
- "문 대표께서 너무 상황 인식을 안일하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패권주의 청산에 역행하는 인사가 되지 않았나 해서 우려스럽습니다."
▶ 인터뷰 : 유성엽 / 새정치연합 의원
-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은 아니다…."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은 쪼개지는 걸까요?
이런 가운데 최재성 의원이 과거 동료 의원을 폭행했다는 설까지 번져 새정치연합은 하루 종일 뒤숭숭했습니다.
문제는 이 문자를 김한길 전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보냈고, 이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에서 이것을 보다가 국회 카메라기자에게 찍힌 겁니다.
김한길 전 대표는 왜 이 문자를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보냈을까요?
그리고 이 원내대표는 카메라에 찍힐 걸 정말 몰라서 본회장에서 스마트폰을 꺼낸 걸까요?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전에 이뤄진 이런 일련의 행동은 다분히 어떤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요?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막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라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들은 탄식을 금할 길이 없을 겁니다.
같은 당의 전 대표까지 지낸 분이 현직 원내대표에게 이런 식의 문자를 보내 현 당대표의 인사를 막으려 했다는 자체가 너무나 희극적이기때문입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새정치 지지자들은 황망할 따름일 겁니다.
메르스와 가뭄, 경기침체로 여권이 아무리 위기를 맞아도 여전히 새누리당 지지율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보다 높은 이유가 아닐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