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경선을 치르고 있는 원내 진보정당 정의당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임금피크제에 찬성하고 안보 문제를 강조하는 등 지금까지 진보 정당이 보여준 입장과는 다른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붉은 머리띠와 과격한 구호로 상징되던 기존 진보정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기존의 진보정당을 ‘1세대 진보정치’로 규정하고 ‘2세대 진보정치’로의 대전환을 촉구하며 출마한 조성주 후보(37)는 ‘임금피크제 찬성’을 들고 나왔다. 조 후보는 “노동계가 협상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안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도 청년층 고용을 이유로 임금피크제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청년층 고용확대 방안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또 “이념이 없는 진보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정 이론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떠받들던 과거 진보정당 운동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진단때문이다. 조 후보는 “엄밀히 말하면 1세대 진보정치는 정치라기 보다는 운동에 가까웠다”면서 “이제 ‘운동’이 아닌 ‘정치’를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각 분야별로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정책을 강요나 강변이 아닌 합리적 대화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보 문제에 대해 그는 “남북 분단의 현실 인정하고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좀 더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 후보 중 유일한 현역의원인 심상정 후보도 ‘안보’와 ‘합리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심 후보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목소리만 큰 진보는 더이상 안된다”면서 “합리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또 “진보정치가 대안 세력으로 국민들에게 평가받으려면 외교·안보 영역에서도 책임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면서 “젊은 아들·딸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청춘을 나라에 헌신하는 현장에 100번이라도 가서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진보의 가치가 국방·안보 문제와 배치된다는 주장은 편협한 생각”이라면서 “튼튼한 안보 위에 평화·공존의 가치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또 최저임금 인상도 단계적으로 천천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후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의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때문에 카드수수료 인하를 주장했고 결국 새누리당까지 따라왔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종북진보 세력을 제외한 건전한 진보세력이 성장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진보세력은 국민들을 끌고 가려고 하지말고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또 “결국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연한 전략을 펴는 것은 진보정당의 생존을 위해서도 불가피하
정의당 대표경선에는 노회찬·노항래·심상정·조성주 후보 등 4명이 출마했으며 오는 6∼11일 진행되는 온라인, 현장, ARS 투표를 거쳐 12일(결선투표시 19일)에 결정된다.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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