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로 넘어오자 어김없이 ‘쪽지예산’이 등장했다. 특히 야당은 추경예산에서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삭감하자고 요구한 것과는 달리 뒤로는 지역 SOC예산 확보에 민원을 넣는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가뭄으로 피해를 본 국민들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지만 국회의원들은 이 틈에 지역구 챙기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만나 SOC 예산을 이번 추경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총선용’ 선심성 예산이라는 게 반대 이유다.
그러나 매일경제 취재 결과 막상 SOC 예산을 다루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3~14일 이틀간 회의에서 추경안 항목을 조정하면서 지역구 민원성 예산을 다수 밀어넣었다.
특히 지도부가 SOC 예산 편성에 반대해온 야당측 의원들은‘표리부동(表裏不同)’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애초 국토위 소관으로 상정한 도로·철도 예산은 각각 3996억원과 8207억원이었다. 그러나 상임위 심사가 시작되자 의원들은 총 17개 사업에 걸쳐 2445억원을 증액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17개 증액 사업 가운데 서해선 복선전철을 제외한 16개는 정부가 제출한 원안에는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는 사업이다.
다만 소위원회 논의때 다른 사업에서 감액이 이뤄져 총액 기준으로는 639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 정도다.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이른바 ‘포크배럴(Pork Barrel·돼지 여물통)’식 요구에는 여야를 가릴 것이 없었다.
의원 요구에 따라 증액이 이뤄질 대표적인 사업은 전남 보성~임성리간 철도 건설이다. 전남 출신인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의 요구로 500억원이 신규 배정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도 박덕흠, 이노근, 이학재, 하태경 의원 등이 지역구 SOC 사업 예산을 끼워넣었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의 경우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용인의 삼가~대촌 도로에 267억원을 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영남과 강원 지역 SOC 예산이 절반을 넘는다”는 논거를 대면서 신규 예산편성을 요구했다고 한다.
애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예산안은 11조8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1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의원들의 요구는 민망할 정도로 지역구 사업과 맞물려 있다.
[신헌철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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