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15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48년만에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도발을 감행했다. 그동안 연평해전 등과 같이 서북도서 인근해상의 무력 충돌에서 DMZ의 목함지뢰라는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로 도발한 것이다. ‘보여주기식 충성경쟁’‘우리 군의 작전 위축’ ‘남남갈등’등 북한의 의도는 다목적인 것으로 분석되지만, 우리 군이 DMZ 감시에 허점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철책 경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제 지뢰와 일치...최근 매설된 듯
북한의 지뢰 도발은 이달 말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위축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한·미 군사훈련을 대북도발로 규정해온 북한은 올들어 훈련중단을 대화 선결조건으로 내걸며 위협수위를 높여왔다. 특히 남북 양측이 매설해놓은 지뢰가 도처에 널려있는 DMZ 현실을 감안하면 북측 입장에서는 도발을 부인할 수 있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폭발 잔해물이 북한제 목함지뢰 부품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합동참모본부는 “철재 잔해물과 목함 파편에서 녹슬음과 부식이 거의 없어서 최근까지 비교적 관리가 잘되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 주체를 모호하게 만들어 UFG 훈련을 앞두고 남남갈등을 일으키거나 정상적 훈련진행을 방해할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남남갈등을 통해 안보태세에 대한 집중력을 흐릴 수 있는 손쉬운 도발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지난 5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이후 군부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일선부대 지휘관들이 보여주기식 충성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무리수’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군이 MDL을 440m나 넘어와 목함 지뢰를 매설했지만 우리 군의 감시장비에는 포착되지 않았다. 다만, 폭발하는 장면만 열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됐다. 목함지뢰 3개를 땅속 4~6cm 깊이로 묻으려면 북한군 2명이 10여분간 작업을 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군은 2012년 일명 ‘노크 귀순’과 지난 6월 ‘대기 귀순’ 사건이 발생하면서 DMZ 감시에 허점을 노출했다. 이번 사고는 북한군이 지난해 말부터 MDL 근처에 지뢰를 묻는 특이 동향을 보였는데로 이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5분 간격 2차례 지뢰폭발
국방부 합동조사단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7시28분 경기도 파주시 국군 1사단 수색대원 8명이 우리 측 추진철책에 도착했다. 비무장지대 내 소초(GP)를 잇는 추진철책 밖으로 나가 수색작전을 벌이기 위해 부팀장인 김모(23) 하사가 통문을 통과, 수색로를 5m 정도 걸어갔다. 이어 7시35분 쯤 ‘쾅~’하는 굉음과 함께 지뢰가 터지고 흙먼지가 치솟았다. 두 번째로 통문에 들어선 하모(21) 하사가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보이는 지뢰를 밟은 것이다. 폭발 충격으로 하 하사의 몸이 공중에 붕 떠 통문 앞 윤형(원형으로 감긴 형태) 철조망에 던져졌다. 통문 북쪽 40cm 지점에서 목함지뢰 2발이 한꺼번에 폭발해 하 하사의 몸은 오른쪽 무릎 위와 왼쪽 무릎 아래가 절단돼 피투성이가 됐다.
수색팀장인 정교성(27) 중사는 북한군의 공격으로 판단하고 “사주경계”를 외친 뒤 하 하사에 달려가 응급조치를 하고, 수색대원들에게 하 하사의 후송을 지시했다. 가장 먼저 통문을 통과했던 김 하사와 다른 대원 2명이 하 하사를 부축해 통문 남쪽으로 들어오자 또 다시 ‘쾅~’하고 오전 7시 40분 2차 폭발이 발생했다. 5m가 넘는 흙먼지가 치솟더니 장병 서너 명이 한꺼번에 쓰러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김 하사의 발목이 절단된 상태였다.
사고 연락을 받은 GP병력이 들것을 들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7시50분, 1차 지뢰폭발 발생 후 15분만이었다. 부상을 당한 김 하사와 하 하사는 앰뷸런스로 옮겨진 뒤 군 헬기로 국군 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여야, 한목소리로 북한 규탄
여야는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로 우리 장병이 크게 다친 데 대해 ‘도발’로 규정하고 한목소리로 강력히 규탄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의 도발은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면서 “새누리당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며 국민의 안위를 해치는 북한의 도발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우리쪽 지역으로 넘어와서 목함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했다면 이는 묵과하기 어려운 도발”이라면서 “새정치연합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기정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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