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 회담이 마라톤 회담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가운데 남북 협상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북한의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을 경계하면서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차분하게 원하는 것을 얻을때까지 협상에 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현 상황에서 칼자루는 우리가 쥐고 있다”며 “서두르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측으로부터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천 이사장은 “북측 입장에서는 김정은 체제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만큼 체제 안전 자체를 흔들 만큼의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북한의 추가적 고강도 도발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이어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면서 협상을 하고 만일 협상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계획대로 계속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을 지속하면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적 대응에 공감했다.
주오스트리아 대사 출신인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도 “아직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보니 북한도 원하는 대북 확성기 중단이라는 선물을 받고 가려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며 “우리가 몇 배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북한도 이를 알고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낮아 보이기 때문에 느긋하게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95년 1차 남북 쌀 회담에 참여한 바 있는 심 의원은 “북한과 협상은 마지막 까지 방심을 불허한다”며 “협상이 다 끝난 것 같더라도 눈을 부릅뜨고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미국과의 신뢰를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제 1차 남북 정상회담을 진두지휘한 그는 “미국이 신뢰해야만 남북회담이 성공할 수 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하길 ‘숨소리까지 알려주라’고 했다. 내 경험에 의거하면 우리정부가 보안조치도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이와 함께 유연성도 주문했다. 그는 “(선결조건만 강조하는) 입구 전략에 너무 치중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당장 북측이 인정하고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지만 상대가 있기 때문에 입구 전략에 얽매이는 것보다는 거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연이어 통일부 장관을 맡았던 정세현 전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밀고당기는 과정에서 접점을 못 찾고 끝나면 남북관계는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며 “신뢰라는 것은 조금씩 쌓아가는 것인 만큼 이번 회담을 신뢰를 쌓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해 협상전략을 잘 짜야
[김성훈 기자 / 이상덕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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