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활동의 메인 행사 격인 열병식에 참석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장밍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5일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열린 열병식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찾는 외국 지도자들은 모두 9·3 기념대회를 포함한 중요활동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중국 방문 일정을 공식 발표한 박 대통령도 열병식에 참가한다는 의미로, 중국 언론들은 이날 박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북한에서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석하기로 했다. 남북 고위급회담 타결 과정에서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선언한 뒤 북한과 중국간에 2년만에 고위급 교류가 재개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장밍 부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외국 정상과 국제기구 지도자 명단을 소개하면서 북한에서는 최룡해 비서가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명단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0여개국의 정상급 지도자와 정부대표 19명,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 10명이 포함됐다.
북한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파견키로 한 것은 김정은 제1비서 참석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드러낸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 2013년 북한 핵실험과 2014년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간에는 고위급 교류가 중단된 상태다.
최 비서는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보다 공식 서열은 낮지만 당대당 외교를 중시하는 공산주의 국가 특성상 노동당 최고위직인 상무위원으로서 상징성을 갖는다. 게다가 그는 지난 2013년 5월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면담했다. 이번 방중기간에도 김정은의 메시지를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전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한중관계가 더 강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북중관계에 위기의식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남북 대치상황에서도 중국은 고위급 회담 타결을 측면 지원했다. 남북간 군사충돌 위험이 고조되던 지난 21일 우다웨이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는 남북 갈등 해소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완곡한 표현을 쓰긴 했지만 북한을 겨냥해 압박 메시지를
열병식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용해 비서와 조우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의전 관례상 국가수반인 박 대통령이 행사장에서 최 비서와 나란히 설 일은 없지만, 열병식 후 리셉션과 행사장 이동 중에 자연스럽게 만날 공간은 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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