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가 우연인 것처럼 같이 동병상련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 포인트 하락했고, 문재인 대표는 0.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지난 7일~11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 임의걸기(RDD) 방법. 응답률 전화면접 방식16.5%, 자동응답 방식 4.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p)
두 사람 모두에게 힘겨운 시기입니다.
어제 한 행사장에서 했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9월13일)
- "약사대불은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아픔과 슬픔을 소멸시켜주는 구원불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도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입니다. (하하.) 약사대불께 불공을 많이 드리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9월13일)
- "(약사여래는) 저를 비롯해서 아까 김무성 대표님을 비롯해서 몸과 마음이 아픈 이 시대 중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도움을 주는 부처님입니다."
▶ 인터뷰 : 박원순 / 서울시장 (9월13일)
-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둘째 사위의 마약 사건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언급을 하기 싫어합니다.
김 대표가 둘째 사위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백브리핑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기자들은 집요하리만큼 김 대표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를 끝내고 나가는 김 대표에게 기자들이 따라붙었고, 취재를 막는 막는 보좌진들과 약간의 실갱이가 있었습니다.
기자들은 무조건 대답을 안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거칠게 항의했지만, 김 대표는 말없이 자리를 떠났습니다.
김 대표로서는 침묵이 최선일까요?
하지만, 이 문제는 침묵한다고 해서 덮일 일은 아닐 겁니다.
김 대표가 다음 대선에 나오겠다고 선언하는 그 순간 다시 재점화될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번 기회에 의혹을 모두 털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잡는게 낫지 않을까요?
지금 세간에서는 갖가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둘째 사위 이 모씨 집에서 발견된 17개 주사기의 주인이 누구냐는 겁니다.
공범 5명과 주사기에서 나온 DNA를 대조했지만, 일부 주사기의 경우 사용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지 못했습니다.
공범 외에 제3의 인물이 있다는 것인데, 이 제3의 인물 범주에는 유감스럽게도 김 대표의 딸까지 있는 것 아니냐는 유언비어가 돌고 있습니다.
섣부른 추측일 수 있습니다.
검찰은 주사기 17개 전부를 감정했지만, 용의점을 둘 만한 사람들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재판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판부는 이 씨와 공범 5명에 대한 판결에서 초범임을 양형 기준으로 삼았다고 했지만, 이들 가운데 이미 마약전과로 집행유예 중에 또 다시 마약을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씨의 변호인이 부장판사와 고등학교 동문으로 알려져 재판부가 봐주기 재판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 씨와 공범들 대부분이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사람들의 자제들이거나 힘있는 사람들이어서 검찰과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김 대표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딸의 결혼을 만류했지만, 끝내 허락한 장인으로서 이 문제를 안고 가야 하는 운명이 얄궂습니다.
김 대표 못지 않게 문 대표도 요즘 가슴이 찢어질 듯 할 겁니다.
한때 자신의 목에 목도리를 걸어주던 안철수 의원이 지금은 비수를 들고 수시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형국이기때문입니다.
범친노였던 정세균 전 대표까지 나서서 자신의 결단을 촉구한 것은 문 대표의 인내심을 폭발시켰습니다.
문 대표는 오늘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기자)주승용 최고위원을 비롯해 여러분이 재신임 연기요청을 했는데요? 이종걸 원내대표가 사과했다고
(문 대표) 예 따라오지 마세요 예예(차 타고 감)
최고위원들이 찾아가 16일 예정된 혁신안 표결을 국감 이후로 미루자고 건의했지만, 문 대표의 뜻은 강경했다고 합니다.
일부 위원들이 전한 바로는 문 대표는 4.29 재보궐 선거 직후 재신임을 묻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고 합니다.
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세력들이 이렇게 자신을 흔들 줄 몰랐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롭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문 대표를 대신해 조국 서울대 교수가 나섰습니다.
조 교수는 SNS에 안철수 의원을 의식한 듯 거침없는 말을 꺼냈습니다.
"절차에 따라 당헌 또는 당규로 확정된 사항인만큼은 지켜라. 싫으면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라"
"정치인의 언동 뒤에는 반드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 있다. 자신은 그런 이익과 무관한 순결한 존재이고, 반대편은 이익을 추구하는 추잡한 존재라고 말하지 마라. 시민은 바보가 아니다"
안철수 의원이 중앙위 연기를 요청하고, 재신임 투표를 반대하는 것이 당이나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대선입지때문임을 자인하라는 겁니다.
세상이 알고, 국민이 아는 사실을 안 의원이 순결이라는 이미지로 포장하지 말라는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안철수 의원이 정치 입문 3년 만에 이 바닥을 다 알았다고 했지만, 안 의원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게 있는 듯합니다.
문재인 대표을 무너뜨린다고 해서 국민은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앞선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문 의원의 지지율도 떨어졌지만, 안 의원 역시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행동은 지난 대선 당시 선거날 아침 서둘러 한국을 떠나던 모습을 연상케합니다.
결정적 순간에 등을 돌리는 정치인을 지지자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유행가도 있지만, 김 대표와 문 대표의 지금 시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너무 일찍 대선 후보로 부각된 탓일수도 있지만, 두
이 깔딱고개를 넘으면 대권가도는 더 탄탄해질 것이고, 넘지 못하면 대선 문턱에서 한 순간 사라져간 수많은 정치인들의 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