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이어 새누리당 내에서도 서서히 권력 다툼의 전조가 보이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을 사석에서 누님이라 부를 수 있는 윤상현 의원입니다.
당 지지율은 40%인데, 김무성 대표의 지지율은 20%에 불과하다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친박계에도 다른 대선후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무성 대표 외에는 마땅한 대선 후보가 보이지 않았던 터라 윤 의원의 말은 의미심장하게 들렸습니다.
특히 그가 청와대 정무특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여기에 서청원 최고위원까지 김 대표가 선언한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한 대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습니다.
김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표직을 걸겠다고 한 만큼 입장을 밝히라는 겁니다.
여기에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원유철 원내대표까지 오픈프라이머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 인터뷰 : 원유철 /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늘)
- "완전 국민경선제 오픈프라이머리를 합의해서 추진했는데, 그건 여야가 합의돼야 하는데 그저께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을 통과시켰는데 그 혁신안으로 인해서 여야가 합의해서 할 수 있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사실상 어렵게 된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새롭게 공천룰을 만들어야 하는데 국민의 뜻을 최대한으로 반영할 수 있는 걸 토대로 해서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친박계의 일련의 흐름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친박계와 청와대의 진짜 의중은 무엇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돈 만큼 청와대로서도 차기를 생각할 시점이 됐습니다.
내년 총선이 끝나면 레임덕은 불가피합니다.
이 레임덕을 그마나 늦추고, 박 대통령이 퇴임 후 무탈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친박계가 주류를 이뤄야 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친박계에서 이탈한 김무성 대표가 미래 권력으로 우뚝 선다면, 친박계가 주류가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친박계로서는 자신들을 대변한 대선후보가 필요한 셈입니다.
게다가 김 대표가 추진하는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현역의원이 유리하게 되고, 그러면 지금 친박계는 고사당할 위기에 놓일 수 있습니다.
정치신인들이 대거 등장하고, 미래권력인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의원들이 포진한다면 친박계로서는 이후를 보장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박 대통령이 지금의 새누리당 의원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박 대통령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 했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6월25일)
-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한다."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줬더니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사익을 위한 정치를 한 국회의원들을 배신자라 부른 겁니다.
대표적으로는 대구 의원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번 대구시 업무보고를 받으러 갔을 때 옆에 오지 못하게 한 그 의원들은 이번 총선에서 물갈이 대상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런 물갈이 계획은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천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때문에 친박계로서는 더 더욱 지금의 김무성 체제를 약화시킬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무성 대표 쪽은 어떤 분위기일까요?
일전을 불사해야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으로 보는 듯합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어제)
- "(윤상현 의원한테 당·청 경고 메시지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에 대표님이 만류하셨다고?) 언론에서 먼저 경고했대. (하하하)"
아직 대통령은 권력을 가지고 있고, 그에 맞설 충분한 힘이 없다는 뜻일까요?
말하기 곤란한 김 대표를 대신해 그 주변인들이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습니다.
▶ 인터뷰 : 김성태 / 새누리당 의원_CBS 김현정의 뉴스쇼
- "윤상현 특보는 평소 대단히 정무 감각이 뛰어나고 균형감이 꽤 좋은 정치인인데요. 이 발언 (김무성 대권 불가론) 당시에 혹시 술에 취해서 한 이야기인지, 맨정신으로 한 이야기인지, 이거 자체가 궁금할 정도로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아요. 대통령의 정무특보라는 친구가…. "
윤상현 의원에 대해서 김 대표 측에서 '정무 특보라는 인간이'라는 표현까지 쓴 것에 이어 이번에는 김 의원이 '술 취한 것 아니냐'는 발언까지 꺼냈습니다.
대단히 정무적 감각히 뛰어나다고 윤상현 의원을 추켜 세우면서도 술 취한 발언이라 한 것은 대단히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윤상현 의원이 고도의 정치적 계산 하에 어떤 의도를 갖고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으로 확신한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김무성 판 흔들기의 일환이고, 그런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준석 /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_SBS 라디오
- "윤상현 의원이 지금까지 청와대 복심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설마 윤상현 의원이 누나의 의중 없이 이렇게 얘기했겠느냐는 거죠."
하필 김무성 대표는 둘째 사위의 마약 논란에 이어 아버지 김용주 전남방직 전 회장의 친일논란까지 다시 불거진 터라 윤 의원의 발언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 인터뷰 : 김승은 / 민족문제연구소 자료실장
- "(김용주 측에서) 1944년 아사히 신문 기명 광고를 찾았습니다. '결전은 하늘이다, 보내자 비행기를'…역시 애국기를 지속적으로 헌납하자고 하는 광고를 실었는데요…. "
정말 지금 김무성 체제를 흔들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이번 추석 상에 김무성 대표 얘기가 언급될 것은 분명합니다.
대구 영남을 중심으로,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김 대표가 차기 주자로 적합하냐, 아니냐가 화두가 될
김무성 밖에 없다는 기존 틀은 확실히 흔들린 셈입니다.
윤상현 의원의 의도가 이런 것이었다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차기 권력을 놓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