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에 일찌감치 출마 뜻을 밝힌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추석 연휴 전부터 지역 주민을 두루 만나느라 분주하다. 박 전 의원은 25일 매일경제신문과 전화에서 “후보들은 많지만 ‘역시 종로 출신의 큰 일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지역 민심이었다”면서 “선거 때 급조된 후보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확연했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에서 오세훈 전 시장과 맞붙을 수 있는 박 전 의원이 명분은 종로 출신인 자신한테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내년 4월13일 치러질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꼭 2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진 전 의원을 포함한 거물급 정치인들이 추석 연휴를 반납하며 민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친척들이 모이는 연휴 기간은 민심 향방을 정하는 무게추가 될 수 있어서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는 가장 뜨거운 곳 중 하나다. 민주당 대표와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역임한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지역구인데다, 새누리당에서는 종로 출신 박진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시장이 당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추석 직후 오 전 시장을 만나 추석 연휴 때 집중적으로 민심을 들었던 민심을 전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텃밭인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도 원외 거물급 인사들이 도전장을 낼 예정이다. 강남에는 서울시당위원장을 역임한 이종구 전 의원, 서초에는 이혜훈 전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강남에는 갑을 지역구 외에 병이 신설될 예정이어서 경쟁은 덜할 것으로 보이나, 현역 의원들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대목이다. 지역구가 강남구갑인 심윤조 의원은 “추석 직전에 영동 도곡 신사시장 등 강남 일대 전통시장을 돌면서 인사를 드리고 노인정을 방문해 어르신 말씀을 듣겠다”고 말했다.
충청에서는 충남 공주와 부여청양이 핵심이다. 공주는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부여청양은 이완구 전 총리 지역구지만 각각 인구수 미달로 통합 대상이다. 공주에는 현재 정진석 전 새누리당 의원이 도전장을 내고 표심 다지기에 나선 상태다. 정 전 의원은 “공주 내려온 지 벌써 일년이 됐다”면서 “이번 추석에는 공주에 백제문화제가 열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인사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구 경북(TK)에서는 대구 수성갑이 뜨겁다. 새누리당 출신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지역주의 벽을 깨려는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쟁 중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최근 1년만에 택시운전대를 다시 잡기도 했다. 그는 SNS에서 “다양한 분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접하고 있다”면서 “경제를 살리고 젊은이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길은 멀고도 험한 듯하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을에서 청와대와 냉랭한 관계인 유승민 의원이 친박계 도전을 물리치고 고지를 사수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신당 바람이 불고 있는 호남에서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대항마가 누구인지가 현안이다. 천 의원 지역구는 광주 서구을로 조영택 전 의원, 김정현 수석부대변인, 조용진 전 광주시 기획조정실장 등이 뛰고 있는데, 새정치연합내에서는 중진급 인사를 전략 공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광주 남구도 격전지다. 3선에 도전하는 장병완 의원에 맞서 광주시장을 역임한 강운태 전 시장이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호남내 유일한 새누리당 지역구인 순천 곡성(이정현 의원)에서는 새정치연합이 거센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비례대표 출신 김광진 의원, 서갑원 전 의원, 노관규 전 순천시장 등이다. 또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 정표수 전 공군 소장 등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전북 전주 덕진에서는 대권 후보였던 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 여부가 관심이다.
[이상덕 기자 / 박승철 기자 / 우제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