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에서 기술 이전 관련 부분을 직접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비리 조사등을 맡는 민정수석실이 방위사업청에 관련 자료 요청함에 따라 F-35A 제작사인 미국 록히드마틴과 방위사업청 사이의 절충교역 계약에서 문제점이 없는지 청와대 차원에서 확인하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민정수석실은 록히드마틴이 제안서를 낼 때 4개 기술 이전이 불가하다고 했음에도 방사청이 밀어붙인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정책적 결정에 허점이 있거나 비위 개입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수사 대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국방부 장관이던 시절에 계약이 이뤄졌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방사청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지난 2013년 차기전투기로 F-35A를 제안한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KF-X 개발기술 확보를 위한 절충교역 협상을 어떻게 진행했는지를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록히드마틴은 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EOTGP), 전자전용 교란기 4개의 핵심 기능을 전투기에 통합하는 기술이 미국의 정책상 한국으로 이전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안 자체를 거부했다는 게 방사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방사청은 4개 기술 중 일부에 대한 승인을 기대하고 미측에 요구했다가 결국 퇴짜를 맞았고 이를 수개월간 공개하지 않았다.
또 KF-X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 산출도 각 기관마다 제각각인 데도 이를 국가가 주도하지 않고 민간업체에 맡겨 진행하겠다는 의사 결정을 한 과정도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KF-X 사업은 지난 2003년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 KDI는 개발비에 10조3000억∼10조9000억원이 소요되며 대당 양산 단가는 704억원에 달한다는 추산과 함께 개발비용 대비 산업 및 기술 파급 효과가 미약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9년 방사청이 건국대에 사업타당성 분석을 의뢰한 결과 경제적 타당성을 갖췄다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으면서 사업 추진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건국대는 KF-X 개발비를 5조600억원으로, 양산 단가를 502억원으로 각각 추정했다. 더욱이 국내 연구로 KF-X를 개발하면 F-18급 이상 전투기를 직구매할 때보다 2조원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30년(연평균 200시간 기준)을 사용할 경우
방사청 관계자는 “KF-X 현황 자료와 절충교역 협상 자료 등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할 계획”이라며 “사업관리본부장과 항공기사업부장, 차기전투기사업 및 KF-X 절충교역 관련 전·현직 담당자들도 청와대에 들어가 직접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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